"형, 축하해요."
예수회 사제서품식이 거행된 6월 27일 서울 명동성당. 형 류충렬 신부의 사제수품을 축하하고자 필리핀에서 귀국한 동생 류형렬(예수회) 신부는 형 신부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동생 신부가 건넨 인사는 짧지만 큰 의미가 있다. 예수회 한국관구 진출 53년 만에 첫 '형제 사제'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형제가 나란히 사제가 된 소감에 대해 류충렬 신부는 "주님께서 제 가족과 형제들에게 은총을 많이 베풀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생 신부는 "삼형제 중 장남인 형이 막내인 저보다 사제로서는 후배가 돼 쑥스럽다"면서도 "같은 사제로서 함께 어려운 점을 나누고 우애 있는 모습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겠다"고 말했다.
관구장 채준호 신부는 "역사가 오래된 수도회인 만큼 외국에서는 형제가 예수회 사제가 된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하느님께서는 형제로 하여금 예수회에 큰 축복을 내려 주셨으며, 사제의 길을 가는 형제에게도 은총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1959년 인천 출생으로 지천명(知天命)에 가까운 류 신부가 동생에 이어 사제가 된 것은 하느님께서 그를 세 번이나 간절히 부르셨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어머니 김정애(안나, 74, 인천 제물포본당)씨의 신앙과 열정 덕분이며, 두 번째는 서강대 재학 중이던 1982년, 신장병을 앓던 류 신부가 사제는 세상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을 깨달았을 때였다.
마지막은 대기업에서 사회 생활을 하던 류 신부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직장 동료와 늦게까지 술 마신 일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려 삶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때였다.
물론 진정한 의미의 사제 성소를 키운 것은 1997년 입회 후, 미국 버클리 예수회 신학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사랑 체험' 덕분이다. 류 신부는 "낯선 외국 생활에서 느낀 아픔이 하느님을 찾게 해준 결정적 계기였다"고 말했다.
동생 신부는 1982년 가톨릭대 신학대학에 입학했다가 서강대로 진학해 대학원을 마치고는 형 신부보다 3년 이른 1994년 예수회에 입회해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현재는 필리핀에서 교민과 현지인을 위한 사목을 하고 있다. 이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