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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다 물이 들어 하늘까지 젖는데/골짜기 능선마다 단풍이 든 사람들/그네들 발길따라 몸살하는 가을은/눈으로 만져다오 목을 뽑아 외치고/산도 타고 바람도 타고 사람도 타네”(우이동 시인들의 합작시 '북한산 단풍' 중에서)
제 스스로 알아서 붉은색 노란색 갈색으로 물들고 있다. 올해는 일교차가 크고 태풍 등 자연 재해도 많지 않아 어느 해보다 선명한 단풍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발 500m 이상 미시령·흘림골 절정
■설악산
사계절 가운데 가을 단풍이 으뜸으로 꼽힌다. 이달 초 대청 중청 소청봉을 물들인 단풍은 화채봉 한계령 대승령 공룡 능선을 타고 내려와 용아장성, 천불동계곡, 장수대, 옥녀탕까지 물들이고 있다. 이중 공룡 능선은 설악 단풍 산행의 최고 인기 코스. 남성다운 암릉의 곡선이 동해, 화채릉과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데다 서쪽의 용아장성과도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해발 500m 이상인 서북 주릉, 미시령, 흘림골이 절정을 이룬다.
■오대산
오대산의 특징은 중후한 산세와 울창한 숲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단풍의 비경은 소박하면서도 때깔이 고와 은은하고 단아한 가을 분위기를 전한다. 10월 중순이 절정을 이루는데 월정사 반대편 북쪽 지역인 명개리 쪽에서 오대산으로 들어가면 한결 나들이가 쉽다.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이 마주 보이고, 이어지는 능선의 단풍이 장관을 이루며 한눈에 들어온다. 상원사에서 중대사로 가는 길, 비로봉 정상, 월정사 입구에서 청학동 소금강으로 이어지는 진고개 등도 단풍 감상의 명소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단풍 '또 다른 맛'
■치악산
기암괴석이 길을 가로막아 웬만한 등반 실력으로는 '고생길'로 꼽히는 치악산. 제멋대로 솟아오른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은 또한 이 산이 갖는 매력이다. 특히 하늘로 치솟은 침엽수와 어우러진 붉은 색은 신비감마저 든다. 구룡사 계곡, 태종대, 향로봉, 비로봉 구간이 단풍 명소다. 특히 구룡사 입구의 우거진 단풍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지금부터 이달 말까지가 멋진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시기다.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서 시작된 단풍은 만경대를 거쳐 도선사 인근까지 이르면 절정을 이룬다. 올해는 이달 말쯤 온 산을 물들이는 단풍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가 되면 도선사→백운산장→백운대 코스와 도선사→용암문→백운대 코스는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으로 붐빈다. 조금 한가하게 단풍을 즐기려면 다른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냉천골 중사자암~경업대 코스 좋아
■속리산
최고봉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비로봉 길상봉 문수봉 보현봉 관음봉 묘봉 수정봉 등 8개의 봉우리, 문장대 입석대 경업대 배석대 학소대 신선대 봉황대 산호대 등 8개의 대를 품고 있는 속리산은 4게절의 경관이 모두 수려해 한국 8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 중 기암괴석과 어울리는 가을 단풍은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맛이 있다.
단풍 산행은 냉천골의 중사자암을 출발, 문장대를 지나 경업대로 하산하는 코스가 좋다. 오는 20일께 지천을 물들일 것으로 보인다.
■계룡산
'춘마곡 추갑사'(봄은 마곡계곡, 가을은 갑사계곡)란 말이 있을 만큼 갑사계곡의 단풍은 경관이 빼어나다. 갑사로 들어가는 진입로인 5리숲과 용문폭포 계곡도 볼 만하다. 갑사→용문폭포→금잔디고개→남매탑→동학사의 2.7km 코스가 비교적 완만하다.
■지리산
가을 단풍은 온 산에 불을 지른 듯 강렬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피아골과 뱀사골은 핏빛에 가깝다. 또 반야봉 토끼봉 형제봉 촛대봉 제석봉 천왕봉 등의 봉우리에서 발 아래를 굽어보면 붉은 단풍이 오히려 서러울 정도다. 피아골 단풍은 노고단 운해, 반야봉 낙조, 벽소령 명월 등과 함께 '지리 10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뱀사골 원시림을 채색하는 단풍은 계곡 곳곳을 파고든 비췻빛 소와 어우러져 멋진 색의 조화를 이룬다.
■내장산
내장산 단풍은 가을 단풍의 대명사로 불리기에 손색없다. 곱기는 지리산 피아골과 어깨를 겨룰 정도. 단풍 터널을 이루는 내장사 매표소에서 절 입구까지는 내장산 단풍의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장성의 백양사는 다른 지역의 단풍보다 잎이 작고 색깔이 고운 당단풍(애기단풍)이 일품이다. 백양사에서 내장산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하늘을 볼 수 없을 만큼 단풍나무가 빽빽하다.
박상언 기자 "separk@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