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로마서
7,18-25ㄱ 형제 여러분, 내 속에 곧 내 육체 속에는 선한 것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려고 하면서도 나에게는 그것을 실천할 힘이 없습니 다. 나는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결국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들어 있는 죄입니다. 여기에서 나는 한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곧 내가 선을 행하려
할 때에는 언제나 바로 곁에 악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내 마음속으로는 하느님의 율법을 반기지만 내 몸 속에는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여 싸우고 있는 다른 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법은 나를 사로잡아 내 몸 속에 있는 죄의 법의 종이 되게 합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육체에서 나를 구해 줄 것입니까? 고맙게도 하느님께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구해
주십니다.
복음 루가
12,54-59 그때에 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또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 오면 ‘날씨가 몹시 덥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이 위선자들아,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너를 고소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길에서 화해하도록 힘써라. 그렇지 않으면 그가 너를 재판관에게
끌고 갈 것이며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 주고 형리는 너를 감옥에 가둘 것이다. 잘 들어라. 너는 마지막 한 푼까지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풀려 나오지 못할 것이다.”
저는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인천교구 사제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물론 연수기간은 오늘까지이지만, 성지
공사로 인해서 어제 아침에 돌아왔지요. 그래서 원래 오늘까지 새벽 묵상 글이 없다고 공지를 했지만, 오늘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된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어서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기도와 염려 덕분에 너무나도 좋은 시간, 행복한 시간을 체험했기에 감사의 인사도 올립니다. 아무튼
연수를 통해 새로운 힘을 얻은 지금, 여러분들에게 더 좋은 것을 나누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어린 딸을 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 딸은 항상 휠체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에, 아버지는 늘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버지가 물건을
들고서 집으로 들어오자 딸이 말합니다.
“아빠, 그거 뭐에요?”
“엄마에게 줄 거란다. 엄마 어디
계시니?”
“2층에 계셔요. 아빠 그것 이리 주세요. 제가 들고 갈께요.”
“아니, 너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으면서
어떻게 2층에 계시는 엄마에게 이것을 가져다준다고 그러니?”
바로 그 순간, 아이는 ‘아빠는 그것도 몰라?’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나는 꾸러미를 들고, 아빠는 나를 안으면 되잖아요.”
너무나 당연하고 옳은 말입니다.
자신이 어떠한 장애 때문에 못한다는 생각. 하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요? 그리고 그렇게 나를 안아 주시는
분이 바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이 세상에서 내가 과연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문제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주님을
모시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세상의 것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기에 그토록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주님께서는 이렇게 이 세상 것들만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들을 꾸짖습니다.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주님과 함께 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것들과 물질적인 것들과 함께 하려는 이기적인 나의 마음 때문에 주님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제대로 된 판단도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어리석은 내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런 내 모습이 우리 모두의 일반적인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즉,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제는 정말로 옳은 일인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향해서 나아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이 시대에 내리는 주님의 뜻입니다.
무거운 것을 들고 계신 분의
짐을 대신 들어 줍시다.
오늘을 위한
기도(이해인) 제 작은 머리 속에 들어찬 수천 갈래의 생각들도 제 작은 가슴 속에 풀잎처럼 가슴 속에
풀잎처럼 돋아나는 느낌들도 오늘은 더욱 새롭고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도 함께 살아 가는 이들도 오늘은 더욱 가깝게 살아
옵니다.
지금껏 제가 만나 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 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 사랑의 거울 "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 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오늘
하루의 숲속에서 제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주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가는 꿋꿋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
"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
나직히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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