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rd/† 영성의 향기

나 때문에 죽으시는.......(광주대교구 김정용 신부님)

ohjulia 2005. 12. 26. 02:1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마태 10,17-­22) ≪나 때문에 죽으시는.......≫ 본당에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한 형제님이 주일 아침에 부부피정에 참석하기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는 길이었는데 부주의로 하마터면 다른 차와 충돌할 뻔했다고 합니다. 놀라 경황이 없었지만 충돌하지 않아 다행이구나 싶어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데 상대방 젊은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온갖 듣기 거북한 소리를 한참 동안 늘어놓더랍니다. 그분은 자기가 잘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굽히며 연신 죄송하다고 했지만 그 젊은이가 계속 욕설을 해 내심 불쾌하기도 했답니다. 그렇지만 이 형제님은 평화로운 마음으로 피정에 참여하고 싶어 죄송하다는 말 외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젊은 사람도 겸연쩍었던지 더는 계속하지 않고 오히려 죄송하다며 서로 기분좋게 헤어졌답니다. 그는 이 얘기를 피정이 다 끝난 후 나눔 시간에 피정에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들려 주었습니다. 오늘 피정이 그 때문에 더욱 기뻤노라고. 언뜻 들으면 사소한 이야기 같지만 제겐 매우 가슴 벅찬 일화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상과 세상살이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증거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더욱이 그분의 인내가 그리스도 때문이었으니 과연 위대한 신앙 증거가 틀림없습니다. 사실 그리스도 때문에 내가 곤경에 처하거나 죽기보다는 나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죽으시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는 정당한 일이라 하더라도 가급적 불리한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나는 살지만 그리스도께서는 죽습니다. 스테파노는 그리스도 때문에 뭇사람들의 미움을 사고 더 나아가 부당한 죽음을 당하게 되지만 뒷전으로 물러서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돌을 던진 사람들에게도 탓을 돌리지 않습니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사도 7,60) 스테파노는 그리스도 때문에 죽음마저 껴안게 됐지만 ‘나 때문에’라는 논리에서 죽고 비로소 ‘그리스도 때문에’라는 구원의 품속에서 살게 되었습니다.(마태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