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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40이 넘어 실직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그동안 희망 가지고 힘내어 긍정적으로
생활했습니다. 집안에 있었던 그 어떤 불상사도 이겨내면서
말입니다. 아파트도 처분하고 이사해 월세에 살면서도 자식에게는 힘든
내색하지 말자고, 무리를 해서라도 교육은 제때 받으라고 그리
훌륭하지는 않지만 형편에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교육을 받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혼자 마시는 술도 늘고 8년 동안이나 끊었던 담배도
이제는 없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집사람은 그동안 단 한번도
저에게 타박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힘과 용기를 주었고 그때마다 항상
고마왔습니다. 이렇게 힘든 시절이 있어야 나중에 좋은 추억이지
않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집사람에게 언성을
높였습니다. 집사람이 요즘 월 60만원 받는 곳에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 줄 알면서, 힘들어 혼자 우는 집사람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며
나도 아내 몰래 많이도 울었으면서, 언성을 높였습니다.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제는 사과해도 개운치가 않습니다. 사과를 해도 현실은 아직도 옆에 나란히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죽음을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딸이 아빠 담배 피는 모습을 너무나 싫어해서 몰래 나가
피웁니다. 그때마다 아파트 아래를 보면서 밖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까? 우리 딸과 아들은
어떡하고... 그 둘을 데리고 집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너무나 힘들군요. 도둑질을 할 수도
없고... 물질이 이렇게 중요한지 왜 그동안 깨우치지
못했을까? 10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회사가 부도나 집안이
망해서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서 왜 재산을 못 모았을까? 너무나 많은 후회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살면 앞날은 밝겠지, 언젠간 좋은 날
오겠지, 하면서 위안을 삼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두렵습니다. 희망이란 있는 것인가? 몇 해 동안 새벽편지에 조그맣게
후원도 하곤 했지만 통장에 잔고가 없어 아마도 몇 달 동안 이체도 안 되었을
겁니다. 이렇게 힘든 시절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을 때가 좋은 시절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때는
희망이라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제 딸과 아들 그리고 집사람의 자는 얼굴을 보고
옵니다. 그리곤 울었습니다. 몇 년 동안 내용이 좋아 자식들이 크면
보여주려고 편지함에 모아 간직한 편지들을 보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나보다 더 안 된 사람들도 많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리고 그 사람들은 훌륭히 이겨내었고 좋은 삶을
간직하고 있는데. 난 무엇인가?
처음엔 슬픈 내용의
편지를 보고 울고, 중간엔 나에게 처해진 현실이 슬퍼서
울고, 이제는 나약해진 내 자신을 보고 웁니다. 참, 눈물이 많이도
나옵니다. 이렇게 많이 울어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다면 무한정
울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죠. 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걸 알면서 울어야만 하는 이 마음은
무엇일까요?
참 두서없이 글을 썼습니다. 넋두리라고
생각하시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식들 자는 얼굴 또 한번 보고 와서 저도
자야겠습니다.
- 한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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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묻어나는 고통과 외로움에
자꾸만 마음이 아파옵니다. '한맘'님. 저희 새벽편지로 연락주세요. 140만 새벽편지 가족들이 함께하겠습니다. 역경은
마음을 모을 때 헤쳐 나갈 힘이 생기고,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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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통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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