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차동엽 신부님의 가톨릭이야기

그대여, ‘다 빈치 코드’를 보았다구요?

ohjulia 2006. 5. 22. 05:46
고향으로(그리스도의 향기)

그대여, ‘다 빈치 코드’를 보았다구요?

      사랑하는 그대여, 성모성월입니다. 오늘 싱그러운 초록 위에 와 닿은 눈부신 햇빛에 저의 시선은 잠시 초점을 잃고 황홀에 빠져들었습니다. 오래 닫혀있었던 모공이 열리고 생기 머금은 산소가 온몸으로 삼투해 옴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아, 이것이야, 이 기분이야, 이 맛이야…. 그대여, 그대가 보내 준 이메일 잘 읽었습니다. 영화 <다 빈치 코드>를 보았다고요? 그냥 재미삼아 보았는데, 뭔가 모르게 설득당한 느낌도 들었다고요? 오랫동안 그냥 믿어왔던 성경의 이야기와 교리들을 한 번 다시 점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요? 그대여, 그대의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저는 작년 「다 빈치 코드」 책이 한창 읽히고 있을 때 인터넷에 올라온 다양한 의견들을 통해서 이미 그 실태를 알 수 있었답니다. 염려스러운 대목들도 있었기에 그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글들을 퍼서 저장해 두었었지요. 그 중 두 가지만 소개하면 이런 내용이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가톨릭 신자이고 아직 학생입니다. 그런데「다 빈치 코드」를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난해했는데 예수가 정말 결혼 했나요? … 궁금해 죽겠어요. 아, 그리고 책에 ‘예수가 예언자다. 신의 아들이다’ 이거 두고 비밀투표 했다고 했잖아요? 그것도 사실인가요? 위에 질문들이, 정말 근거 있는 사실인가요. 너무 헷갈려서요” (다음 키워드 지존). “… 제가 최근에 성당으로 인도하려고 하던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 그런데 갑자기 요즘 이 친구가 「다 빈치 코드」를 읽은 것 같아요. … 그래서 소설은 소설일 뿐이니 비판적으로 읽으라는 말은 해 주었지만 성당으로 데려오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스럽네요” (한국 천주교 중앙 협의회 신앙상담 게시판). 그대여, 이제 이 책이 사람들을 ‘진실’과 ‘거짓’의 범벅에서 허덕이게 만드는 까닭을 알려 드리지요. 사람들은 ‘다 빈치 코드’를 소설로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 책의 내용을 허구(fiction)로만 여기지 않습니다. 이 소설의 바탕에 사실(fact)이 깔려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 까닭은 이 책이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팩션(faction)이라는 장르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팩션(faction)은 사실(fact)과 허구(fiction)의 혼합이란 뜻의 합성어이지요. 작가 댄 브라운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사실과 허구를 교묘히 편집합니다. 그럼으로써 그는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허구(fiction)가 마치 사실(fact)인 것처럼 포장합니다. 고대사, 미술사, 인류학, 종교비사, 상징기호학, 비밀단체 등에서 흥미를 가질만한 선정적인 자료(fact)들을 키워드 중심으로 잘게 수집했습니다. 그것들을 토대로 그리스도교와 관련하여 자신이 창작한 허구(fiction)를 편집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거짓’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믿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댄 브라운이 팩션 기법을 기회주의적인 문학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팩트(fact)는 자신의 주장이 ‘실제로 일어난 일’로 인식되게 하는 도구가 됩니다. 둘째, 픽션(fiction)은 자신의 주장이 객관적인 사료에 의해 거짓임이 드러났을 때 ‘그 부분은 소설이었다’고 말하고 도망갈 수 있는 퇴로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번 편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이러한 의도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이미 지난 해 「다 빈치 코드의 족보」(동이출판사)를 펴냈습니다. 이 책은 철저히 객관적인 사료를 토대로 「다 빈치 코드」에 흘러들어온 ‘ 거짓’의 족보를 파헤치고 그리스도교의 진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아직 <다 빈치 코드>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백신이 될 것이며, 이미 보고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는 치료제가 될 것입니다. 혼돈에 빠져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꼭 권해 주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부족한 정보는 그릇된 결론으로 이끕니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로 늘 진리 안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대여, 안녕. ● 차동엽 노르베르토 신부님·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서울 주보에 실린 신부님의 희망 편지입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를 위해 아무 죄없이 십자가에 매달리신 주님과 많은 순교자들을 비롯한 믿음의 조상들이 피흘려 주님의 말씀을 전하여 사람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마음이 찢어질듯 아픕니다. 혼돈을 통해 흔들리지 않고 더욱 성숙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Meditation-Yiru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