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삶의 윤기

천륜이라는 것

ohjulia 2006. 5. 24. 22:44
    배경음악 : 동감OST - 슬픈향기   
  천륜이라는 것  
 



            


           아주 어릴 적부터인 걸로 기억이 된다.
           엄마와 오빠, 남동생, 그리고 나. 우리 식구가
           아빠에게 매 맞으며 살아온 것이.

           우리를 오토바이 뒤에 끈으로 매달아 끌고 다니고
           엄마를 사정없이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끌고
           온 동네를 질질 끌고 다니고
           심하게 때려 팔이 부러지는 것은 다반사였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의 가출.
           그러나 난 아빠가 무서워 울지도 못했다.
           우리를 그렇게 방치한 채 앞집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그 여자의 자식만 챙기는 아빠.
           너무나 원망스럽고 내 자신이 너무 서글퍼서,
           오빠와 동생이 너무 불쌍하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중학생이 된 나는 엇나가기 시작했다.

           가출을 했다가 너무나 순둥이인 오빠와 동생이 그리워
           집에 들어가면 죽지 않을 만큼 맞다가 또 뛰쳐나오고.
           내 인생은 그렇게 헛살게 되었다.

           한 평생을 엄마를 무시하면서
           그렇게 병들게 한 인간이 아빠라는 게 너무 싫었는데
           내 나이 22살을 넘기고 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이미 그렇게 살아온 삶인데,
           강제로 되돌리려 한다고 해서 그래지는 것도 아닌데
           더 이상 돌이키지 말고 앞만 보자고,
           이러다가는 내 인생이 더욱 빛바래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빠를 보는
           원망의 마음이 사라졌지만
           내 인생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기로에 서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내 미래를 위해서 뭘 좀 해 보려고 하면
           늘 일이 터지는 것이다.
           대입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을 가려고
           학자금 대출까지 받았는데
           아빠가 사고를 쳐서 감옥에 갇히게 되어 포기했고
           다행히 몇 달 뒤 보석으로 출감하셔서
           학원을 다니려했는데 십 원 한 푼 없는 우리집.
           결국은 돈을 벌어야 해서 회사를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 흔한 생산직도 구해지지 않는다.

           쉰이 된 나이에 남의 집 식당일을 하시는
           엄마한테 너무 죄스럽다.
           그래서 내 마음이 너무 급하다.
           아빠가 내 앞에서 너무 힘이 없어 보이니까
           내 마음이 천 갈레 만 갈레 찢어진다.
           차라리 예전에 맞을 때가 좋았던 거 같다.
           그때는 애처롭지는 않았으니까...

           가슴 한켠이 너무 아프다.
           지금까지 고생만하고 남편사랑 한번 못 받은
           엄마가 너무 가여워 아프고
           너무 작아진 아빠의 어깨가 안쓰러워 아프고.
           지능이 또래 친구들보다 약간 떨어지는 오빠와 남동생의
           받침대가 되어야 하는 내 어깨가 너무 무거워 힘들고...

           이 내 몸은 쉴 곳이 없는데
           누구한테도 이런 맘 털어놓지 못하는데...
           정말 내 머리를 쥐어뜯어 하나하나 다시 연결하고 싶다.

           다 모른척하고 내 살길만 찾아 간다면 편하겠지만
           그렇게 모질 수 없는 것이 한 피를 나눠가졌기 때문인 것 같다.
           천륜이란 거... 어쩔 수 없는 연인 거 같다.
           가족이란 거... 묵묵히 포용해 주는 넓은 바다인가 보다.

           그렇게 미웠던 아빠가 지금에 와서 다 용서가 되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에
           오히려 더 죄스러움이 느껴진다.
           살아생전 효도한번 못했는데 오래오래 사셔야 할 텐데...
           지금은 그게 너무 두렵고 겁이 난다.
           아무 것도 해 드린 게 없는데
           너무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어서 무섭다.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너무 힘들게 살아왔지만,
           왜 낳았냐고 원망도 했던 삶이지만...
           이제는 말하고 싶은데...
           너무 감사하다고, 효도할 수 있는 날까지
           만수무강 하시는 것이 제일 큰 소원이라고...


- 한 그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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