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줄리아의...♥

내 아이 진건아

ohjulia 2006. 6. 21. 15:10
    배경음악 : 황금사과OST - Tears   
  내 아이 진건아  
 




= 첫번째 편지 =


4개월 된 우리 아들 진건이.
태어나서 줄곧 병원 밖 햇살을 받아보지 못합니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이 병원 집기와 간호사, 의사들,
삑삑거리는 모니터 소리뿐이고 하루 두 번,
통틀어 한 시간 엄마 아빠를 봅니다.

7번의 수술로 힘든 터널을 빠져나가는 아들.
주변에서는 그럽니다. 포기하라고.
그런데 저는 너무 두렵습니다.
죽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될까봐.
그게 죽기보다 힘든 일인지 그제야 알았습니다.

앞으로도 몇 번을 더 수술실 앞에서 마음 졸이며
기다려야 할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고비 한고비 넘기면서
제가 배운 것은 두려움 보다는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가
저를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
원무과를 힘없이 걸어 나왔습니다.
사람이 참 간사합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부디 살아만 달라고,
돈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수술실 앞에서 통곡했었는데
오늘은 중간 계산서 앞에서 한숨을 쉽니다.

구청의 사회복지과 직원도 만났습니다.
긴급 의료비지원 받을까 하구요.
'왜 이렇게 자꾸 어깨가 좁아지는 걸까?
당당하고 멋진 엄마이길 바랬는데...' 라며 낙담하고 있는
저에게 우리 아들이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한번도 눈 뜬 상태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던 아들이
저를 바라보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습니다.
비록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분명 웃었습니다.

옆에서 일하던 간호사에게 큰 소리로 자랑했습니다.
"우리 진건이 저를 보고 웃었어요.
이런 모습 처음 봐요" 라며...

분명 그 웃음이 저에겐 희망입니다.
좁아진 어깨를 다시 활짝 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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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편지 =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 문을 나섭니다.
이미 2주째 잠이 든 내 아들.

지난 번 글을 남길 때만 해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이후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엄마와의
행복한 일주일을 보냈는데...

8번의 수술이 우리 아이를 힘들게 했고,
병실에서의 힘든 일주일이 우리 아이를 지치게 했나 봅니다.
하루 24시간 동안 단 한번도 연속적으로 한 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함께 지냈던 일주일 동안 제가 우리 아이와 함께한다는
행복도 느꼈지만 그 못지않게 우리 아이의 고통을
함께 느껴야 했습니다.

혹여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봐 발밑에서
새우잠을 자야했습니다.
참 가혹합니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과
가슴을 저미는 슬픔이 이런 건가 봅니다.

이제 우리 아이는 수면제를 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졌습니다.
많이 악화되어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며 숨을 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제 더는 없는 것 같아
아이의 얼굴을 보면 절로 눈물만 흐르고
아이의 이마 위로, 뺨 위로 흐르는 제 눈물은
저의 죄책감으로 얼룩집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의사가 마지막을 준비하라 하여도,
그래도 전 어미이고 그 아이가 제 자식인 이상은
절대 희망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어떤 결과가 찾아올지라도 저는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속삭일 겁니다.

'진건아, 너의 곁에 엄마 아빠가 있고,
너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며,
그리고 네가 가쁜 숨을 쉬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엄마는 믿는단다.
네가 이겨낼 거라는 것을. 사랑한다... 진건아.’


- 김 미 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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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진건아'
어머니가 진건이에게 건넨 마지막 말입니다.

어머니가 두 번째 편지를 보내온 다음날인 6월 8일,
진건이는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저희 새벽편지에서 도움을 드리고자
연락을 드리기 며칠 전 일이었습니다.

뒤늦은 후회와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슬픔에 잠겨 통탄하고 있을
진건이 가족에게 위로의 글을 보내주세요.

모두가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는 지금,
진건이 가족은 아픔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망연자실 슬픔에 잠긴 이 가족에게
희망을 전해주세요.





- 아픔의 나눔은 사랑의 실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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