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신비로운 세상

수천년 역사 간직한 ‘산속의 염전’

ohjulia 2006. 8. 20. 10:29
수천년 역사 간직한 ‘산속의 염전’
[주간조선 2006-06-07 09:14]

티베트의 소금 계곡


중국 티베트고원 동부. 메콩강 상류 란창강의 깊은 협곡에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제염방법 그대로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 이름도 소금마을이란 뜻의 차카롱이다. 협곡 양편의 거대한 소금산이 온천수에 녹아내리며 만든 염수(鹽水)를 이용해 수천 년 전부터 소금을 생산해오던 곳이다. 이 생명의 소금계곡은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냈고 이를 얻기 위해 수많은 왕조가 전쟁을 벌였다.


이곳 주민은 강변에 우물을 파고 거기에 모인 염수를 염지로 날라 증발시키며 소금을 만든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란창강은 차카롱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티베트족이 거주하는 자다춘 마을이, 맞은편에는 나시족이 거주하는 샤옌지 마을이 있다. 나시족은 색깔이 붉은 홍염을 만들고 티베트족은 흰 색깔의 백염을 만든다.

이곳에서 소금을 생산해내는 일은 여자의 몫. 여자들은 소금우물에서 염수를 길어 등에 지고 가파른 협곡의 절벽 나무기둥에 기대고 있는 염지까지 나른다. 1차 염지에 부어둔 염수가 증발하면서 염분 농도가 짙어지면 2차 염지로 옮기고 2차 염지에서 결정화된 소금을 수확한다.

차카롱 협곡에서 생산된 소금은 윈난성, 쓰촨성, 티베트를 실핏줄처럼 잇는 고대 교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따라 방방곡곡으로 운반되었다. 심지어 멀리 라사나 인도까지도 차카롱의 소금이 보급될 정도였다.


그러나 문명시계의 바늘을 수천 년 전으로 되돌리는 소금계곡 사람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 최근 들어 도로가 뚫리며 값이 싼 외지의 바다소금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카롱 협곡에서 20여㎞ 떨어진 란창강 하류에 수력발전을 위한 댐 건설이 입안되어 곧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란창강에 댐이 건설되면 차카롱 협곡은 수몰된다.

이제 차카롱은 생명의 기본 원소로서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오며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던 소금의 가치를 말해주는 마지막 사람들로 기억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글ㆍ사진=박종우 다큐사진가(hapu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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