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양 승국 신부님의..

그분 향기가 너무도 향긋하기에

ohjulia 2006. 10. 22. 04:22


 
    <전교주일-그분 향기가 너무도 향긋하기에 > 어느 토요일 오후, 연수를 떠난 동료 신부를 대신하러 한 본당에 들렀습니다. 오후 4시와 7시 두 대 미사가 제게 주어졌습니다. 오후 4시 미사를 끝내고 나니 애매했습니다. 수도원으로 돌아가기도 그렇고, 마땅히 있을 곳도 없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까운 공원을 찾았습니다. 가을정취가 완연한 한적한 공원을 여유롭게 산책하다보니 머릿속이 환해졌습니다. 뜻밖에 주어진 한가로움을 만끽하며 희희낙락하고 있는데 '미모의 한 여인'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것도 얼굴 한 가득 미소까지 지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제게 건네는 말은 더욱 점입가경입니다. "선생님,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혹시 잠깐만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으세요?" 그 때 제가 냉정히 뿌리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대가로 꼬박 한 시간 이상 신구약성경 전반에 걸친 강의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사실 저는 천주교 신분데요"라고 말했지요. 그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럼 더 잘됐네요. 마음 터놓고 한번 이야기해보시죠." 결국 나중에 꼭 한번 교회에 들르겠다는 약조를 하고 나서야 저는 겨우 해방됐습니다. 그 자매님은 인근 한 신설 개신교 교회 전도사님이었습니다. 목숨 걸고 달려드는 그 집요함에 괴롭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교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는 모습, 그 어떤 대상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제 전교자세를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 전교주일을 맞아서 이런 묵상을 해봤습니다. 만일 한 음식점에 들렀는데, 맛도 그런대로 좋고, 깨끗하고, 공기밥도 공짜로 더 주는 곳이 있다면… 뿐만 아닙니다. 후식으로 과일도 깎아주고, 커피도 손수 타주는가 하면 주인아주머니도 엄청 친절하고, 거기다가 값까지 싸다면 우리는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편안한 느낌, 마치 집에서 밥 먹는 느낌, 그래서 다시 또 오고 싶은 느낌이 들것입니다. 그리고 기분 좋게 얼마 되지 않는 밥값을 치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겠지요. "여기 이 식당, 정말 너무 좋구나. 다음에 올 때는 식구들이나 친구들도 꼭 데리고 와야지." 전교, 생각할수록 부담스러운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흔히 우리는 '나도 잘 못살면서 전교는 무슨'하고 뒤꽁무니를 뺍니다. 아예 전교란 말만 나오면 위축될 뿐만 아니라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여깁니다. 그러나 전교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본질적 사명이자, 최우선 과제입니다. 특별한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모든 신자들 몫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통해 진정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 안에 푹 잠겨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면, 그 좋은 체험을 나 혼자만 누리기를 결코 원치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 좋은 것(신앙)을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이나 친지들, 이웃들, 직장동료들에게도 맛보이기를 간절히 원할 것입니다. 입교에 열심인 한 형제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오로지 전교에 목숨을 건 형제님이십니다. 틈만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예비자 교리반에 들어가기를 권합니다. 만만치 않은 일일 텐데, 아마도 형제님 내면에 강렬한 하느님 사랑 체험이 있었던가 봅니다. 몇년 사이에 수십명 예비신자들을 성당으로 인도했고, 거의 다 세례를 받게 했습니다. 보통 대부분 사람들은 거기서 끝냅니다. 그러나 이 형제님을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후관리'가 대단합니다. 인도한 사람들 명단을 늘 품에 고이 간직하고 다니며 기도합니다. 세례식 때는 꼭 대부를 서십니다. 판공성사 때만 되면 일일이 판공성사 봤는지 여부를 확인합니다. 영명축일이 돌아오면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전하고, 작은 것이지만 선물을 전합니다. 적어도 일 년에 한번 정도는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피정 비슷한 것도 합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대부님에게서 그런 극진한 관심과 사랑을 받은 대자들은 이제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살지만, 대부님 모범을 언제나 기억하고, 또 다른 대부님이 되어 또 다른 이웃들을 예수님께로 인도합니다. 극진한 하느님 자비 안에, 감미로운 그분 사랑 안에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해온 우 리들입니다. 이제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예수님 말씀이 꿀보다 달기에, 그분 향기가 너무도 향긋하기에, 그분의 인품이 너무도 매력적이기에, 그 맛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이제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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