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 말씀은 천년왕국설과 관련된 말씀입니다. 천사가 악마를 붙잡아 지하에 가두고 그곳을 봉인하여 천년이 끝날 때까지 민족들 - 즉 하느님의 사람들을 속이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천년왕국설은 신․구약 성경 전체에서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언급됩니다. 유다인들은 이를 두고 세상 종말 직전의 천년동안 사람의 아들- 인자가 하늘에서 내려와 죽은 사람을 부활시켜 심판을 하고 그 이후에 사람의 아들이 다스리는 메시아 왕국이 도래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묵시록에서 천년이라는 숫자는 상징적 숫자로 메사아가 정의와 평화로 나라를 세우고 모든 사람을 축복하는 기간을 말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해석에 따르면 천년왕국은 메시아이신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시작이 되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천년왕국은 ‘세상 멸망직전의 천년’이라는 기간이 아니라 ‘예수님의 부활에서부터 그분이 재림하시는 그때까지의 전 기간’을 말합니다. 즉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이 시대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이미 이 세상의 종말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어찌하라는 말입니까? 준비하여라는 말입니다. 그 준비는 바로 회개입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 말씀은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받아들이라.’는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하신 최초의 복음 선포 말씀과 연결이 됩니다. 매일 매일을 회개의 삶으로 살 때 세상의 종말은 결코 우리에게 두려움의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욕과 진흙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젊은이가 마을에서 심한 모욕을 당하자 곧바로 주임 신부에게 달려가 자초지종을 말하고 나서 ‘지금 당장 그 무례한 자를 찾아가 명예를 걸고 복수를 하겠노라’고 하자 주임 신부가 부드럽게 타이르며 이르기를, "형제여, 그냥 집으로 가게나." "하지만 저는 모욕을 당했어요!" "지금 자네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네. 모욕이란 진흙탕과 비슷하기 때문이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몸에 묻은 진흙을 씻으러 가겠다는 겁니다." "이보게, 형제여. 자네가 지금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배우게 될 교훈이 있네. 진흙이란 말랐을 때 쉽게 털어낼 수 있는 법이라네."
회개의 삶을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는 문제를 바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다른 이에게 잘못이 있다해도 나 자신이 진흙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그것을 그때에 가서 털어버리는 것은 그만큼의 인내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종말은 이렇게 인내와 회개의 삶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준비의 삶은 또한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우리 안에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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