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빠다킹 신부님과 새벽을..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노력해보세요.

ohjulia 2007. 3. 26. 06:45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7년 3월 26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제1독서 이사야 7,10-14; 8,10ㄷ

그 무렵 10 주님께서 아하즈에게 이르셨다. 11 “너는 주 너의 하느님께 너를 위하여 표징을 청하여라. 저 저승 깊은 곳에 있는 것이든, 저 위 높은 곳에 있는 것이든 아무것이나 청하여라.”
12 아하즈가 대답하였다. “저는 청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시험하지 않으렵니다.”
13 그러자 이사야가 말하였다. “다윗 왕실은 잘 들으십시오! 여러분은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나의 하느님까지 성가시게 하려 합니까? 14 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8,10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다.]


제2독서 히브리서 10,4-10

형제 여러분, 4 황소와 염소의 피가 죄를 없애지 못합니다. 5 그러한 까닭에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실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제물과 예물을 원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저에게 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6 번제물과 속죄 제물을 당신께서는 기꺼워하지 않으셨습니다. 7 그리하여 제가 아뢰었습니다. ‘보십시오, 하느님! 두루마리에 저에 관하여 기록된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8 그리스도께서는 먼저 “제물과 예물을”, 또 “번제물과 속죄 제물을 당신께서는 원하지도 기꺼워하지도 않으셨습니다.” 하고 말씀하시는데, 이것들은 율법에 따라 바치는 것입니다. 9 그다음에는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두 번째 것을 세우시려고 그리스도께서 첫 번째 것을 치우신 것입니다.
10 이 “뜻”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단 한 번 바쳐짐으로써 우리가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복음 루카 1,26-38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미사 후에 고3 모임이 있었지요. 신앙생활에 있어서 마치 관면을 받은 것처럼 여겨지는 시기, 그래서 이 시기를 지나면 냉담자로 변하고 마는 고3들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만나서 신앙적으로 이끌어주고자 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서로 한 달 동안 생활했던 것들을 나누는 생활 나눔 시간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해요.

잘못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선생님께 매를 맞게 되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 선생님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면서 흉을 참으로 많이 봤다고 해요. 그런데 그 선생님이 얼마 뒤 또 다른 아이를 너무 심하게 때렸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문제가 되었는지, 선생님께서는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셨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려운 가정환경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이런 행동을 했던 것은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이었음을 그래서 이해해주기를 청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하네요.

저는 그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자신의 가정환경이 불우하다고, 가르치는 제자에게 비정상적인 방법인 폭력으로 대한다는 것이 어떻게 올바른 선생님인가 라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가정환경 운운하는 것은 아마도 짤릴 것을 염려해서 순진한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말일 것이라는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그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힘든 가정환경을 가지고 계셨는데, 자기는 그것도 모르고 선생님에 대해서 비판만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 너무나 죄송하다고 하면서…… 울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뭐가 죄송한지……. 그런데 다른 아이들의 반응에 저는 더욱 더 깜짝 놀랐습니다. 장난기 많았던 아이들이 숙연해지면서 다들 공감의 표시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어른의 관점에서 생각했고, 학생들은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서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내게 다가오는 문제들을 너무나도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이것저것을 재면서 정작 주님께서 강조하셨던 사랑은 늘 뒷전에 두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고3 아이들이 보여주었던 순수한 마음들, 즉 용서하고 또 용서를 청하는 그 모습에 주님께서는 따뜻한 미소를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성모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주님 잉태 소식을 듣게 되는 날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사실 성모님의 그 당시 나이가 16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당시 약혼하는 나이가 16살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됩니다. 잘못했다가는 율법에 의해서 돌에 맞아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아기를 가지면 간음을 했다고 해서 돌에 맞아 죽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성모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만약 저처럼 이것저것 재었다면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바로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 주님께 대한 충성의 마음이 바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것입니다.

내 모습을 다시금 반성합니다. 그리고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순수한 마음, 이것저것 재지 않고 주님께 충성을 다하는 신앙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이 새벽에 주님 앞에서 해봅니다.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노력해보세요.



따뜻한 품으로 안아 주기(이안나, '행복한 동행' 중에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고아원에서 3주일간 봉사활동을 할 때였다. 봉사 첫날, 내가 고아원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달려오더니 손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배고프다는 시늉을 했다. 무작정 돈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뒤 서투른 탄자니아어로 내 소개를 마치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때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황급히 뛰어와 내 손을 덥석 잡고는 "돈 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아이 손을 양손을 꼭 부여잡고 눈을 마주쳤다. 뜻밖의 행동에 당황했는지 아이는 얼른 손을 빼고 저만치 달아나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다음 날 아이는 또다시 다가와서 "돈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를 부둥켜 안았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그냥 안아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도 내게 달려온 아이는 돈 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고 그냥 내 품에 안겼다. 그러자 주위 아이들도 서로 내 몸을 먼저 감싸 안으려고 했다. 그런 경쟁이 재미있었는지 아이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며칠 뒤 새로운 아이가 고아원으로 왔다. 그 소년은 나를 보자마자 "돈 주세요"라고 말했다. 또다시 어찌해야 할지 몰라 서 있는데 한 소년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너 그러면 안 돼! 이분은 선생님이야. 그런 말 하지 마!"

그렇게 다그치고 새 친구를 꼭 안아 주는 게 아닌가! 가슴이 울컥했다. 그 녀석은 내가 고아원에 도착한 첫날 제일 먼저 달려와 돈 달라고 떼를 썼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을 먼저 안아 주고 있다니...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품이 필요했다.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아무 말 없이 아이들을 꼭 안아 주자.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사랑을 느끼고, 서로 사랑을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