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빠다킹 신부님과 새벽을..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발을 씻어 주세요.

ohjulia 2007. 4. 5. 07:51
2007년 4월 5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제1독서 탈출기 12,1-8.11-14

그 무렵 1 주님께서 이집트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2 “너희는 이달을 첫째 달로 삼아,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 3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에게 이렇게 일러라.
‘이달 초열흘날 너희는 가정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집집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마련하여라. 4 만일 집에 식구가 적어 짐승 한 마리가 너무 많거든, 사람 수에 따라 자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과 함께 짐승을 마련하여라. 저마다 먹는 양에 따라 짐승을 골라라. 5 이 짐승은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으로 양이나 염소 가운데에서 마련하여라. 6 너희는 그것을 이달 열나흗날까지 두었다가,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가 모여 저녁 어스름에 잡아라. 7 그리고 그 피는 받아서, 짐승을 먹을 집의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라라. 8 그날 밤에 그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11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12 이날 밤 나는 이집트 땅을 지나면서, 사람에서 짐승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맏배를 모조리 치겠다. 그리고 이집트 신들을 모조리 벌하겠다. 나는 주님이다. 13 너희가 있는 집에 발린 피는 너희를 위한 표지가 될 것이다.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 그러면 어떤 재앙도 너희를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14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


제2독서 코린토 1서 11,23-26

형제 여러분, 23 나는 주님에게서 받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전해 주었습니다. 곧 주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 24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25 또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26 사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복음 요한 13,1-15
1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2 만찬 때의 일이다. 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3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4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5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6 그렇게 하여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자 베드로가,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7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8 그래도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 하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9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시오.”
10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11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자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12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겉옷을 입으시고 다시 식탁에 앉으셔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13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14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15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어제는 제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을 정리했습니다. 정리를 해놓아야 나중에 그 자료가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정리하던 중에, 이제까지 써왔던 새벽 묵상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2001년 6월 14일에 썼던 첫 번째 글입니다.

우선 제 소개부터 하지요. 저는 가톨릭 신부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아마 제가 신부이기 때문에 성당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지금 컴퓨터를 공부하고 있답니다. 프로그램……. 올해 제 소임이 컴퓨터 프로그램 공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거든요. 5개월 째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잘 되지 않네요.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면서…….

그런데 저에게는 잘 되지 않는 공부보다도 더 큰 고민이 생겼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프로그램을 공부하다보니 제가 신부인지, 프로그래머인지를 모르겠더군요. 분명히 신부가 맞기는 맞는 것 같은데, 항상 컴퓨터 앞을 지키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면 신부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저에 대한 정체성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매일의 묵상을 통해 제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그래야 제가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글은 새벽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한 글입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능력이 될 때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얼마 못가서 멈출 것이라고 스스로 예상했던 이 새벽 묵상 글이 바로 오늘 2007년 4월 5일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네요. 한 해에 400페이지 이상의 분량이니, 지금까지 총 2,400페이지가 넘습니다.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의 두께가 상당합니다. 총 450페이지입니다. 두껍지요? 그런데 제가 이제까지 쓴 양은 이렇게 두꺼운 책의 5배가 넘습니다. 깜짝 놀랍니다. 하지만 제가 한 번에 그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하루에 한두 장씩 썼던 것이 모아져서 지금의 숫자가 나올 수가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들의 신앙도 이렇지 않을까요? 단번에 얻는 신앙이란 없습니다. 제가 매일 조금씩 써서 그렇게 많은 양의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조금씩 주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주님 앞에 나와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한 번에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욕심 가득한 신앙만을 주님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베드로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발은 못 씻는다고 했지만,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시자 발만이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달라고 요구합니다. 즉, 단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는 욕심 가득한 신앙을 베드로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단번에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체험한 뒤에야 그 사랑을 깨닫고 예수님의 사랑을 세상에 증거하게 되었던 것을 잊지 마십시오.

지금 나의 모습 역시 욕심 가득한 신앙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주님과 점점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발을 씻어 주세요.



지금이라는 시간에 충실하기(박성철, '느리게 그리고 인간답게' 중에서)

한 남자가 젊은 나이에 죽어서 저승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염라대왕이 떡하니 앉아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후 염라대왕이 물었습니다.

"너는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했느냐?"

남자는 곰곰이 생각한 후 대답했습니다.

"저는 남들과 똑같이 살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엔 신나게 뛰어놀았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열심히 공부했고, 청년이 되어서는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결혼해서는 가족들을 위해 일했고,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남들처럼 그냥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염라대왕은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말했습니다.

"그래, 그럼 너는 이제부터 여기서 살거라."

남자는 갑자기 삶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면 진짜 삶다운 삶을 살아보겠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염라대왕은 버럭 화를 내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느냐! 그건 절대 안된다."

남자는 다시 애걸복걸 하였습니다.

"염라대왕님, 저는 제가 이렇게 일찍 올 줄을 몰랐습니다. 세상에 많은 것을 남겨두고 이렇게 갑자기 죽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왜 저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으셨습니까?"

염라대왕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나는 늘 너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일을 마치고 나면 하루가 저무는 것도 나의 메시지였고, 너의 이마에 주름살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나의 메시지였다. 머리에 흰머리가 하나씩 늘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빠지는 것 역시 나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너는 너의 삶이 줄어들어 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인간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구나. 평소에는 대충대충 살다가 막상 삶을 잃어 버릴 때가 되면 땅을 치며 후회하는지를…….』

에디스 쉐퍼의 글을 읽을 때면 삶은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가 버린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삶은 매 단계마다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만다. 후회하고, 말다툼하고, 화를 내다보니 얼마 안 있어 사라져 버릴 '지금'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지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지금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 말은 한동안 내 마음의 기슭에서 메아리쳤습니다. 지금이라는 이 시간은 좀처럼 나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자신의 길로만 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 지금 이 시간, 좀 더 내 삶에 분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