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양 승국 신부님의..

산(山)같으신 성모님

ohjulia 2007. 5. 31. 14:36


 
    5월 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루카 1장 39-56절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산(山)같으신 성모님>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야트막한 야산 초입인데, 산기슭에 살다보니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모릅니다. 산은 가까이할수록 정말 고마운 존재임을 실감합니다. 산은 사시사철 각양각색의 선물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찾아갈 때 마다 큰 깨달음을 우리에게 베풉니다. 세속의 때가 잔뜩 낄 때 마다 저는 산길을 걷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정말 고마운 것은 찾을 때 마다 산은 늘 거기 그대로 서 있습니다. 그 큰 품으로 우리를 안아줍니다. 그 큰 가슴으로 우리를 포용해줍니다. 그 맑음으로 우리를 정화시켜줍니다. 언제나 침묵하는 산, 언제나 향기로운 산입니다. 언제나 넉넉한 산, 언제나 꿋꿋한 산입니다. 언제나 기쁨을 주는 산, 언제나 감동을 주는 산입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치는 산, 그래서 가까이 하고픈 산입니다. 산 정상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까마득한 인간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늘 어제의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렇게까지 티격태격할 필요가 없었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다 한줌 흙으로 돌아갈 텐데, 공연한 객기를 부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산은 이렇게 우리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내면세계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우리에게 새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부여합니다. 참으로 고맙고도 든든한 큰 후원자 같은 존재입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성모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분 역시 산과 같은 존재셨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성모님은 참으로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성모님은 구세주의 어머니로 간택되는 큰 영광을 차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우쭐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은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보잘 것 없는 종이며, 하느님께서 손수 빚으신 도자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주시지 않으면 그저 한갓 흙덩어리일 뿐임도 잘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성모님의 겸손은 당신께서 직접 부르신 다음의 찬가를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모님의 인내의 달인이셨습니다. 원래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들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시련이 많습니다. 성모님 역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됨으로 인해 다가온 행복도 많았지만, 그에 따른 희생과 고통, 슬픔과 눈물, 안타까움과 괴로움은 더욱 컸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그 모든 난관을 침묵가운데 견뎌나가셨습니다. 기도 가운데 이겨 내셨습니다. ‘사랑이란 많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잘 견뎌내는 것이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는 진리를 온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은 기후가 온난한 상태, 성장 환경이 적합한 상태에서만 활짝 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대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혹독한 엄동설한을 이기고 찬란하게 꽃망울을 터트리는 꽃도 있습니다. 성모님 역시 마찬가지셨습니다. 성모님은 어쩌면 갖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활짝 만개한 한 송이 꽃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성모님의 실제 생애는 상본과 같지 않았습니다. 여왕으로서 품위 있고 고상한 삶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한 평생 고생이란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던 온실 속의 삶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 잉태 순간부터 성모님의 마음은 말마디 그대로 ‘노심초사’였습니다. 거친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셨습니다. 하루하루 의식주 해결을 위해 이마에 땀을 흘리셨습니다. 요즘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 못지않게 자녀교육 때문에 고민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언약을 굳게 믿으며 한 평생 철저한 순명의 삶을 살아가셨습니다. 메시아로 오신 아들 예수님을 매일 바라보며 매일을 구원의 날, 마지막 날로 여기고 열심히 살아가셨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 하게 될 그 말을 매일 되풀이하시며 구세주 예수님을 극진히 섬기셨습니다. 그 말은 다름 아닌 이런 말들이었겠지요.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 행복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 살레시오회 양승국 신부님 Ave Ma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