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빠다킹 신부님과 새벽을..

조건없이 사랑합시다.

ohjulia 2007. 7. 2. 07:28
2007년 7월 2일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제1독서 창세기 18,16-33

16 사람들은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을 떠나 소돔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아브라함은 그들을 배웅하려고 함께 걸어갔다.
17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앞으로 하려는 일을 어찌 아브라함에게 숨기랴? 18 아브라함은 반드시 크고 강한 민족이 되고, 세상 모든 민족들이 그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19 내가 그를 선택한 것은, 그가 자기 자식들과 뒤에 올 자기 집안에 명령을 내려 그들이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여 주님의 길을 지키게 하고, 그렇게 하여 이 주님이 아브라함에게 한 약속을 그대로 이루려고 한 것이다.”
20 이어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원성이 너무나 크고, 그들의 죄악이 너무나 무겁구나. 21 이제 내가 내려가서, 저들 모두가 저지른 짓이 나에게 들려온 그 원성과 같은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보아야겠다.”
22 그 사람들은 거기에서 몸을 돌려 소돔으로 갔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주님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23 아브라함이 다가서서 말씀드렸다. “진정 의인을 죄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 24 혹시 그 성읍 안에 의인이 쉰 명 있다면, 그래도 쓸어버리시렵니까? 그 안에 있는 의인 쉰 명 때문에라도 그곳을 용서하지 않으시렵니까? 25 의인을 죄인과 함께 죽이시어 의인이나 죄인이나 똑같이 되게 하시는 것,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온 세상의 심판자께서는 공정을 실천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26 그러자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소돔 성읍 안에서 내가 의인 쉰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들을 보아서 그곳 전체를 용서해 주겠다.”
27 아브라함이 다시 말씀드렸다. “저는 비록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 몸이지만, 주님께 감히 아룁니다. 28 혹시 의인 쉰 명에서 다섯이 모자란다면, 그 다섯 명 때문에 온 성읍을 파멸시키시렵니까?”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그곳에서 마흔다섯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파멸시키지 않겠다.”
29 아브라함이 또다시 그분께 아뢰었다. “혹시 그곳에서 마흔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마흔 명을 보아서 내가 그 일을 실행하지 않겠다.”
30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서른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그곳에서 서른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 일을 실행하지 않겠다.”
31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주님께 감히 아룁니다. 혹시 그곳에서 스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스무 명을 보아서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32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다시 한 번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 ?”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33 주님께서는 아브라함과 말씀을 마치시고 자리를 뜨셨다. 아브라함도 자기가 사는 곳으로 돌아갔다.


복음 마태오 8,18-22
그때에 18 예수님께서는 둘러선 군중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호수 건너편으로 가라고 명령하셨다. 19 그때에 한 율법 학자가 다가와 예수님께, “스승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0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21 그분의 제자들 가운데 어떤 이가,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2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저는 미사 전 30분이면, 항상 고해소로 들어가 고해성사를 드립니다. 사실 고해성사 드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성당의 고해소 자체의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더욱 더 많이 느낍니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고요?

사실 우리 성당의 고해소는 무척이나 좁습니다. 딱 앉으면 꼼짝 달싹 하지 못할 정도로 좁습니다. 물론 미사 전 30분 동안만 있는 것이니까 그것도 못 참느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6월 들어서면서 점점 힘들어지더군요. 왜냐하면 날씨가 장난 아니게 더워졌고, 이에 따라 고해소의 기온도 올라갔거든요. 더군다나 문제는 고해소에 그 흔한 선풍기 하나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사목회장님께 이런 이야기를 했지요. 남는 선풍기 하나 없냐고. 그런데 며칠 뒤, 고해소에는 멋진 신형 선풍기 한 대가 설치되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시원한 것은 기본이고, 선풍기 날개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이제는 살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더욱 더 고해성사를 기쁘게 드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더군요.

고해소에 들어가자마자 더워서 선풍기를 틉니다. 살살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이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그 상태는 잠시 뒤에 잠으로 이어지더군요. 제 자신도 모르게 고해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선풍기만 있으면 고해소에서 성사를 전보다 더 잘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고맙다는 선풍기가 오히려 고해성사를 주는데 방해될 수도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 중 한 명이 예수님께 아버지의 장례를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하지요.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나를 따라라”고 하시면서,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거십니다.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생각해보세요. 다른 사람의 장례도 아닌, 아버지의 장례인데, 그 장례조차 지내지 못하게 한다는 것.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의미로써 말씀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많은 조건을 내세웁니다. ‘이런 조건만 충족된다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식의 말을 끊임없이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건이 충족된다 할지라도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지금 당장 당신을 따라야 함을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이지요. 어떠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 그 모습이야말로 주님을 따르는 참 제자의 모습인 것입니다.

혹시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특히 현세적인 욕심을 채우는 조건으로 인해서 점점 주님과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제는 어떠한 조건 없이, 단지 주님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주님을 따르고 그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조건없이 사랑합시다.



말없이 사랑하여라('너에게 들려 주고픈 101가지 이야기' 중에서)



내가 한 것처럼 아무 말 말고
자꾸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사랑하여라

사랑이 깊고 참된 것이 되도록 말없이 사랑하여라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봉사하고
눈에 드러나지 않게 좋은 일을 하여라

그리고 침묵하는 법을 배워라
말없이 사랑하여라
꾸지람을 듣더라고 변명하지 말고
마음 상하는 이야기에도 말대꾸하지 말고
말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네 마음을 사랑이 다스리는 왕국이 되게 하여라
그 왕국을 타인 향한 마음으로
자상한 마음으로 가득 채우고 말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사람들이 너를 가까이 않고
오히려 멀리 떼어버려
홀로 따돌림을 받을 때에도
말없이 사랑하여라

도움을 주고 싶어도
받아 들이려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여라
오해를 받을 때에도 말없이 사랑하여라

네 사랑이 무시당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인내하면서 슬플 때 말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주위에 기쁨을 나누어 주고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도록 마음을 써라

타인의 말이나 태도로 인해
초조해지거든 말없이 사랑하여라
마음 저 밑바닥에 스며드는 괴로움을 인내하여라

네 침묵속에 원한이나 인내롭지 못한 마음
어떤 비난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하여라

언제나 타인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도록 마음을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