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삶의 윤기

우리 아들, 다람쥐의 생일을 축하한다!

ohjulia 2007. 7. 21. 23:26
  우리 아들, 다람쥐의 생일을 축하한다!  
 



우리 가정은 83년 11월 결혼하여 생긴 가정이다.
이듬해에 딸 하나를 낳고 당시 사회적 분위기나
우리 집안 형편상 단산했다.

몇 해 지나서 아내가 입양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했다.
남들 하는 거 보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한다는 것은 마음이 허락지 않았다.
남의 식구를 내 식구로 받는 일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그간에 많은 세월이 지나
큰 아이는 처녀가 됐고 내 나이도 50을 넘었다.
나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1급
사회복지사이지만 입양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가까운 동료들이 입양을 한다고 얘기할 때도
그저 나와 상관없는 먼발치의 얘기로 들었다.

그러다가 지난 해 9월 15일 CBS TV에서
'사랑으로 쓰는 입양 일기'란 프로가
방영이 되는 걸 아내가 봤단다.
거기엔 시설에서 크고 있는 갓난
아이 둘과 초등학교 1년생 둘을 데리고
시설의 원장과 교사가 출연하여
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줄 가정을
찾는다는 토크 프로였다.

아내가 하는 말이 TV에 나온 얘기가
'여자 어린이는 그래도 입양이 잘 되는데
남자 아이는 입양을 꺼린다.'면서
그러면 우리가 거기 나온 남자 어린이
두 명을 다 입양하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한다.

입양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내가
그 말을 들으니 일단 그 프로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 '다시보기'로
시청을 했다.
그리고 한 아이 정도는 입양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였다.

가족 간의 합의가 우선이라 생각하여
딸아이한테 물었다.
의외로 환영하는 말을 한다.

그리하여 2006년 10월 12일,
아내와 경상도에 소재한 그 시설을 찾아 갔다.
생각보다 시설은 크고 훌륭했다.
그 중에서 고른다는 것은 마음이 허락지 않았고
TV에서 본 아이가 우리 아이라 생각하고
그 아이만을 봤다.

또래보다 왜소하고 마른 체격에 가냘프고
매우 숫기 없어 보였다.
과연 저 아이가 우리 가정에 와서 적응을 할 것이며,
우리가 제대로 키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실에서 입양을 하는 쪽으로 인터뷰를 끝내고
1월 16일, 아이를 데리고 왔다.

삼사일 지내는 걸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집 생활을 한다.
외국으로 출장 갔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온 새벽,
귀국하여 잠시 이불 속에 누워있는데
이 아이가 잠이 깨더니 옆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약간 놀라는 소리와 함께 가볍게 나를 끌어안는다.

내가 잠들어 있는 걸로 안 것이다.
반갑다는 표현인 모양이었다.
나는 잠든 척 아무 반응을 안했다.
가족의 체온을 느끼는 것 같아 바로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이것이라 생각했다.

처음과는 달리 아이는 활달하고 영리하고 민첩하다.
여기 살던 아이나 다름이 없이 활기차게 지낸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나는 저것이 한 쪽 구석에서
눈치나 보고 말도 잘 안하고
그러면 어쩌나 했는데 그건 기우였다.
시설 측에서도 감사한 일이라고 좋아한다.
아이가 얼마나 잘 적응하고 발발대고 다니는지
다람쥐 같다고 하여 애칭으로 다람쥐라고 부른다.

이 아이가 바르게 잘 커서 당당하게 입양아로서
성공한 사례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그 사실을 본인이 스스로 간증할 수 있는
축복된 미래를 믿음으로 내다본다.

16일은 우리 다람쥐가 우리 집에서
맞는 첫 번째 생일이다.

부디 바르게 잘 커서 자기와
같은 환경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황 화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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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은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일입니다.
출산의 고통만큼 아프고
귀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입양아가 편견 없이 자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 입양은 한 생명을 이어가는 귀한 일입니다. -


☞ 배경음악
Forever in Love [Kenny G]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와 함께 푸근하면서도
서정적인 감성, 모던한 연주기법으로
'색소폰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Kenn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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