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양 승국 신부님의..

맞춤형 선물, 그 인간

ohjulia 2007. 8. 2. 03:10


 
    8월 2일 연중 제17주간 목요일-마태오 13장 47-53절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맞춤형 선물, 그 인간> 가끔씩 신자들로부터 받는 질문입니다. “신부님, 신부님은 참 행복하시겠어요. 길을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그럴 때 마다 저는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반문합니다. 몇몇 분들이 농담 삼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요즘같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딸린 자식이 있나, 취직걱정할 일 있나?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정부분 맞는 말씀이기도 합니다만, 저희라고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저희같이 공동생활을 해나가는 수도자들은 스트레스가 꽤 많은 편입니다. 수녀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 항목 가운데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엇인가?’란 항목이 있었습니다. 많은 수도자들이 ‘대인관계’라고 답했습니다. 저도 한때 이런 생각 참 많이 했습니다. “저 ‘인간’만 없으면 수도생활 할 만할 텐데...”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안 드는 저 인간, 하필 저 인간이 내 파트너가 되지?” 그런데 묘한 것은 그 ‘인간’은 어느 공동체를 가든지 꼭 있더라구요. 수도자들은 그런 사람을 가리켜 고상한 표현으로 ‘십자가’라고 합니다. “너는 내 영원한 십자가야!” 한 ‘인간’ 때문에 너무나 괴로워 죽겠어서 하느님께 기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님, 정말 죽겠습니다. 숨을 못 쉬겠습니다. 살 수가 없습니다. 저 사람을 다른 공동체로 보내시든지, 아니면 저를 보내시든지, 꼭 부탁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제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저를 다른 공동체로 보내주셨습니다. 너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짐을 꾸렸습니다. 옮겨간 공동체에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딱 3일간만 지속되었습니다. 정말 묘하게도 딱 3일 지나니 그 공동체 안에는 그 전 십자가보다 더 큰 십자가가 깊숙이 숨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삶의 일부가 아니라 삶의 전부라는 사실 말입니다. 십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나 얌체 같은 마음이라는 것 말입니다. 십자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밥을 안 먹겠다는 것, 인생을 그만 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말입니다. 요즘에 와서는 십자가는 곧 은총이란 진리를 확연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 때 그 십자가, 그 때 그 ‘인간’이 아니었더라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아직도 제 잘난 맛에, 기고만장해서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때로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신앙을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방편으로 십자가를 사용하십니다. 도에 넘치는 자만심, 쥐뿔도 없으면서 지니고 있는 우월감, 쓸 데 없는 교만함을 산산조각내기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시는 선물이 십자가입니다. 이렇게 따져보니 그 지긋지긋했던 ‘인간’은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보내주신 ‘맞춤형 선물’입니다. 사실 이런 사고방식의 총체적인 전환, 대대적인 의식의 변화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세상만사를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나를 스쳐가는 모든 소중한 인연들을 하느님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청합니다.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다 은총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사랑스럽습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하느님의 마음으로, 하느님의 생각으로 세상과 이웃을 바라보기 위해 평생 노력했던 그 갸륵한 사람들의 영혼을 마지막 날에 하느님께서는 천국이라는 그릇에 소중히 담으실 것입니다. 그 사랑스런 사람들의 이름은 영원한 생명의 책에 기록될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양승국 신부님 주님은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