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조카를
처음으로 품에 안았을 때를 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백일도 안 된 갓난쟁이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마는 단추 구멍만큼 작은 입을
오믈오믈 거리더니 '아앙~'하고 우는 모습이 마냥 신기해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삼촌'이라고 한번 말한다면 금방 기절할 것 같았던 그 순간!
저는 탄생이라는 그리고 생명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이해했습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제 자신이 확실히 살아있음을 다른 생명체를 통해서 처음으로
확인받은 것입니다.
어김없이 찾아 온 봄도 습관처럼 쭉 찢고 맞이하는 다음 달의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커다랗고 아직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활기찬 기운이 봇물처럼 확 제게로 덮치는 것처럼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지난 겨울이 너무나 차갑고 매서워 정말 생각하기도
싫어'하며 무참히 밀어내는 것이 아닌 '그래, 그것도 좋은 날을 맞이하기 위한 의미 있는 계절의 예식이 아니겠어!'하는 넉넉하고 훈훈한 마음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의 탄생은 이처럼 저희들에게 많은 의미적 선물을 안겨줍니다. 특히 그 탄생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된 것이라면 단순한 의미만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살아있게끔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탄생의 순간을 가까이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탄생의 본질적 의미를 바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탄생은 그
차원을 넘어서 생명의 영원성 즉, 우리들은 태어나고 죽고 하는 한계성을 지닌 물리적 존재들이 아닌 하느님의 영원한 자녀들임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아기 예수님의 작은 입에서 터져 나온 첫 울음은 '너희들이 나의 영원한 자녀들임을 나는 지금부터 말해주려 하노라'하는
인간으로서 하신 첫 말씀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인생길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을 하느님의 자녀로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시작이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첫 울음은 어김없이 올해도 세상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매해마다 겪게 되는 일이지만 그것이 결코
식상하지 않고 새롭게 삶의 결의를 다지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울음이 아직 우리들의 울음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울음은 우리 모두가 생명의 주님이신 하느님과 하나가 될 때 그칠 것입니다. 그 때 우리들은 영원한 그분의 자녀들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들이 결코 멈출 수 없는 세상을 향한 아버지 하느님의 계속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성바오로 인터넷서원 서원지기 수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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