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을 양육하며 10년간 이삿짐센터에서 일해 온 현숙(가명, 36세) 씨를 창원에서 만났다. 그녀는 얼마 전 이삿짐센터 일을 그만두고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자활센터에서 천연비누를 만든다고 했다.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허리 디스크가 원인이었다. 현숙 씨는 허리통증 보다도 치아부정합으로 발음이 부정확하고 식사가 불편한 큰딸 청이(가명, 17세) 걱정이 더 고통스럽다.
의처증, 5년을 끈 어려운 이혼..........
현숙 씨는 아이를 출산하고 채 뼈가 자리 잡기도 전, 하얀 목수건을 두르고 이삿짐센터에 나갔다.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남편이지만 반드시 연애시절의 눈이 빛나는 자상한 남편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생각만 해도 간이 디비져요. 어느 날 아이에게 손대는 걸 보고 정신이 번쩍 했죠. 바로 시댁으로 들어갔어요. 적어도 어른들 앞에서는 안 그러겠지 하는 마음에서요. 일종의 별거였죠.”
현숙 씨는 끝내 남편의 변화를 못 보고 8년만에 이혼을 결심했다. 달세 15만원 집을 얻어 두 딸과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얻어온 냉장고와 천냥 코너에서 마련한 수저와 밥공기 3개, 비록 가난했지만 폭력의 두려움이 사라진 일상은 평화로웠다. 처음으로 사람답게 산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삿짐센터 10년, 허리 디스크...........
“애들 운동회와 소풍.. 한 번도 쉬어본 적 없어요. 우선 먹고 살아야하니까.”
한번은 학교 운동회에 찾아온 아빠를 피해 두 아이가 집으로 도망쳤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달려온 현숙 씨는 아빠를 두려워하는 딸아이들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아이들 머릿속에서 폭력의 기억을 지울 수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이 이혼을 해주지 않아서 5년간 모녀가정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현숙 씨는 남자들도 힘든 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육중한 짐을 날랐다. 하루하루 허리 통증이 깊어졌고 디스크가 되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10년 고된 노동의 대가였다.
찾아오는 남편, 이사 또 이사..........
“이사 다닌 기억이 대부분이에요.”
남편은 술만 먹으면 칼을 휘둘러 모녀가 있는 곳을 알아내어 찾아왔다. 할 수없이 주위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생활했다.
남편을 피해 다닌 이유도 있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전셋집의 경우 까다로운 설정 조건으로 기피하는 집주인이 많아 집을 구하기 힘들었다. 어렵게 집을 구해도 불시에 집주인이 바뀌면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이사할 곳을 알아봐야했다.
자활근로와 수급비를 합친 110만원이 세 모녀의 한달 수입. 대출받은 전세 원금이자와 미납되었던 의료비, 월세 등을 빼면 한겨울 기름보일러 돌릴 여유가 없다. 지난겨울 유난히 심한 외풍에 몸고생 마음고생이 심했다.
딸아이의 구강 상태, 두통 원인............
“얘가 앞니로 라면을 끊어먹지 못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두 해 전부터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는 청이, 통증이 시작되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데굴데굴 굴렀다. 경제적인 이유로 검사를 미루다 얼마 전에야 학교에서 청이의 두통이 치아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이의 두통은 전치부 개방교합으로 턱관절이 맞지 않아 생긴 증상. 치아와 턱관절이 어긋나 딱딱한 음식을 씹기 힘들고 식사 중에도 턱이 아프다. 또한 혀가 윗니를 밀어서 별도의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발음이 시원하지 않아 자칫 소심한 성격일 수 있는데 억척스런 엄마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자란 탓일까. 다행이 청이와 동생은 성품이 밝고 시원시원하다.
발치교정과 수술로 밝은 청소년기를 !
“제가 발음이 부정확해서 대화 할 때 부쩍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청이가 혀 수술과 초기 발치 교정치료를 하는데 드는 치료비는 6백만원, 교정에서 완치까지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수술과 교정을 하면 발음이 분명해지고 더 이상 두통과 불편한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청소년기는 청이가 장래희망을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에 매진할 시기이다. 공동체의 작은 관심이 청이의 두드러진 외모와 발음 등의,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을 매만져줄 수 있다. 청이는 고1의 웃음 많은 평범한 여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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