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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봉·오색 등 약수터 단풍길따라 가보기

ohjulia 2005. 10. 9. 13:31

강원도 삼봉·오색 등 약수터 단풍길따라 가보기


△ 한계령 남쪽 산자락에 물들기 시작한 단풍. 양양쪽에서 가다 고개 정상 500m 못미쳐 현리로 빠지는 갈림길로 들어서 바라본 남설악 산줄기다.

구룡·한계령 계곡마다 철분·탄산 약수 '퐁퐁'
단풍잎띄워 한모금 마시면 세상시름 '훌훌'

산행길엔 톡 쏘는 약수가 별미다. 단풍잎 띄운 가을하늘을 한 바가지 뚝 떠낸다. 두손에 받쳐들고 한모금씩 넘기면, 타들어가던 산봉우리도 세상 시름도 한순간에 착 가라앉을 듯하다. 10월 강원 산간지역은 어느 골짜기에 들어도 울긋불긋 단풍 세상이 펼쳐진다. 대청봉·중청봉·귀떼기봉·가리봉 등 설악산 주요 고봉들이 이미 화려한 옷치장을 시작했고, 이달 중순께면 중산간 지역까지 홍염이 번져내려올 전망이다. 강원 산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특한 물맛을 자랑하는 약수다. 골 깊은 산속엔 대개 조상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약수터가 있다. 아름다운 단풍과 맛 좋고 몸에 좋은 샘물이 짝을 이룬 골짜기로 떠나보자. 불타는 가을 산에서 만나는 알싸한 약수 한잔에 상쾌한 즐거움이 샘솟을 터이다.

홍천 내면에서 양양 서면으로 넘어가는 56번 국도는 차를 몰며 타오르는 가을빛을 즐기기에 좋은 길이다. 평창쪽에서 운두령을 넘어와 창촌에서 구룡령 거쳐 양양으로 빠지는 길은 썩 괜찮은 드라이브코스로 꼽힌다. 계방산·오대산·방태산 등 좌우로 1500m급 고봉들에서 벋어내린 산줄기가 보여주는 단풍물결도 아름답거니와, 골마다 이름난 약수가 즐비하다. 구룡령 옆산 이름이 ‘약수산’이니 그 연원을 짐작해볼 수 있다.


△ 홍천 내면 삼봉약수

불소 등 섞여 위장병·충치 에방
톡쏘는 맛 일풍 피부병에도 좋아
비경 즐비 트레킹 코스로도 으뜸

먼저 홍천 내면 광원리 삼봉휴양림 안의 삼봉약수를 만난다. 4㎞ 가까이 되는 들머리 숲길이 작은 계곡물과 어우러져 단풍을 감상하기에 좋다. 가칠봉과 응복산과 사삼봉 세 봉우리에 둘러싸여 ‘삼봉’으로 불리는데, 산장 뒤 냇물 옆의 약수터에도 세 개의 샘이 있다. 철분이 많이 섞인 탄산약수로 샘 주위가 다 붉은 빛이다. 오른쪽 구멍을 먼저 팠고, 차례로 물구멍을 파 세개가 됐다. 마지막에 판 왼쪽 샘의 물맛이 가장 진하다. 위장병과 신경통·피부병에 효과가 있다지만, 아름드리 침엽수·활엽수가 우거진 산속에서, 깨끗한 샘물과 맑은 공기 마시며 지낸다면 낫지 않을 병이 뭐가 있겠나싶다. 냇물 다리 건너 왼쪽으로 최근 새로 판 약수터가 있으나 물맛이 덜해 사람들의 발길은 뜸하다.

구룡령 넘어 왼쪽 갈천리로 들어가 1.2㎞를 걸으면 갈천약수가 있다. 철분·불소 성분이 많아 위장병·충치예방에 좋다고 한다. 국도 따라 양양쪽으로 더 내려가다 미천골휴양림으로 들면 12㎞ 지점에 불바라기약수가 나온다. 미천골은 계곡미와 단풍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골짜기지만 약수를 맛보려면 한나절쯤 시간을 내야 한다. 국도변에서 휴양림을 따라 7㎞쯤 차를 몬 뒤, 차단기 앞에 차를 대고 계곡물과 함께 하는 널찍한 산길을 5㎞ 가량 걸어오른다. 왕복 3시간30분쯤 걸리는 트레킹코스. 산세가 좋고 물길도 수려해 거닐 만하다. 급경사 시멘트길이 시작되기 직전 간이화장실 옆으로 약수터 안내판이 나온다. 숲길로 들어 물길을 따라 5분쯤 가면 높이 10m에 이르는 두개의 폭포가 좌우로 나타난다. 2단으로 이뤄진 왼쪽 폭포 중간지점이 불바라기 약수터다. 옛날 철이 많이 나와 대장간이 번성하면서 ‘불바닥’을 이뤘다 해서 나온 이름이다. 폭포 옆 절벽에서 약수가 나오는데, 호스를 연결해 물을 받도록 했다. 철 성분이 많아 물이 떨어지는 바위가 온통 벌겋게 물들었다. 바가지가 없어 물컵을 준비해가는 게 좋다. 휴양림 들머리에는 폐사지 선림원 터가 있어 둘러볼 만하다. 통일신라시대 창건된 큰 절이었으나 산사태가 일어나 파묻혀버렸다고 한다. 미천골이란 이름도 당시 쌀씻은 뜨물이 물빛을 바꿨다는 데서 유래했다.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석등 등이 남아 있다.


△ 양양 미천골 불바라기약수

양양에서 한계령으로 오르면 단풍이 곱기로 이름난 주전골 들머리에 오색약수가 있다. 수려한 주전골 경관과 약수가 다 유명한 까닭에 사철 등산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계곡 바위바닥 세곳에서 샘이 솟는데 최근 들어 수량이 매우 적어진 것이 아쉽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리기도 하지만, 온천수를 뽑아올리면서 약수가 말라가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계령을 더 올라 정상 밑 500m쯤에서 현리쪽으로 좌회전해 고개를 내려가면 필례약수에 이른다. 한계령 고갯길 전체가 아름다운 단풍길이어서 단풍철 길이 막히기 일쑤다. 그러나 현리·인제쪽 우회도로로 이용되는 이 길은 아름다우면서도 한적하기 그지없다. 4㎞ 내려가 팻말을 보고 우회전해 200m 들어가면 약수터가 있다. 톡 쏘는 맛은 덜하지만 피부병·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다음은 300년전 심마니가 산신령 꿈을 꾼 뒤 발견했다는 방동약수. 현리쪽 팻말을 보고 31번 국도를 달리다 현리 지나 좌회전해 진동리쪽으로 오르면 된다. 인제군 기린면 방태산 자락이다. 방동교 건너 왼쪽으로 1㎞ 지점에 약수가 있다(현재 진입로 공사중). 거대한 엄나무 옆에 샘이 있는데, 역시 철분 함량이 많은 탄산약수로 물맛이 좋다. 지난해 수해 뒤 주변을 새로 단장했다. 이밖에 오대산 자락의 방아다리약수·송천약수, 정선의 화암약수도 물맛이 좋고 주변경치가 뛰어나 들러볼 만하다.

홍천·인제·양양/글·사진 이병학 기자 3Dleebh99@hani.co.kr">leebh99@hani.co.kr">3Dleebh99@hani.co.kr">leebh99@hani.co.kr

■여행정보


가는길 = 수도권에서 44번 국도 타고 양평·홍천읍 지나 구성포에서 우회전해 56번 국도를 따라 양양 쪽으로 가면 된다. 창촌에서 구룡령쪽으로 가다 샘골휴게소 지나 명개교 건너 좌회해 3㎞ 들어가면 삼봉휴양림 매표소. 여기서 1㎞ 가면 산장 옆에 삼봉약수가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 지나 평창 속사나들목을 나와 운두령을 넘어 56번 국도와 만나도 된다. 속사에서 운두령쪽으로 가다 우회전하면 신약수가 먼저 나오고 고개 넘으면 방아다리약수가 있다.

묵을곳 = 삼봉자연휴양림 (033)435-8536. 미천골자연휴양림 (033)673-1806. 휴양림 산막·통나무집은 10월~11월초 주말엔 예약이 끝난 상태. 평일에는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휴양림 들머리에 민박집들이 많다. 삼봉민박(콘도식·033-435-7980) 5만원(주말 6만원). 오색그린야드호텔(033-672-8500) 7만원부터(2인기준). 홍천 대명비발디파크 (033)434-8311.

먹을거리 = 44번 국도를 이용할 경우 오가는 길에 홍천 상오안리의 장원막국수(033-435-5855)에 들러볼 만하다. 메밀로 직접 반죽해 국수를 뽑아내, 순메밀의 담백한 맛을 볼 수 있다. 5000원. 백김치·무생채 반찬에 사리가 기본으로 나온다. 친절하고 깔끔한 분위기도 장점. 인제군 남면 부평리 박가네 감자옹심이(033-461-7987)는 직접 뽑는 막국수와 함께 감자전분 옹심이를 잘하는 집. 4000원. 방동약수 부근 진동계곡엔 산나물로 이름난 진동산채(033-463-8484)가 있다. 산채비빔밥 6000원, 20여가지 산나물이 나오는 산골정식은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