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빠다킹 신부님과 새벽을..

의심하느니 차라리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즈카르야가 말을 하지 못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의심하지 맙시다.

ohjulia 2005. 12. 19. 15:53
2005년 12월 19일 대림 제4주간 월요일

제1독서
판관기 13,2-7.24-25
그 무렵 2 초르아 출신으로 단 씨족에 속한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마노아였다. 그의 아내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어서 자식을 낳지 못하였다. 3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그 여자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보라, 너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어서 자식을 낳지 못하였지만, 이제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4 그러니 앞으로 조심하여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말고, 부정한 것은 아무것도 먹지 마라. 5 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기의 머리에 면도칼을 대어서는 안 된다. 그 아이는 모태에서부터 이미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이 될 것이다. 그가 이스라엘을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서 구원해 내기 시작할 것이다.”
6 그러자 그 여자가 남편에게 가서 말하였다. “하느님의 사람이 나에게 오셨는데, 그 모습이 하느님 천사의 모습 같아서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이 어디에서 오셨는지 묻지도 못하였고, 그분도 당신 이름을 알려 주지 않으셨습니다. 7 그런데 그분이 나에게, ‘보라, 너는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말고, 부정한 것은 아무것도 먹지 마라. 그 아이는 모태에서부터 죽는 날까지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이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24 그 여자는 아들을 낳고 이름을 삼손이라 하였다. 아이는 자라나고 주님께서는 그에게 복을 내려 주셨다. 25 그가 초르아와 에스타올 사이에 자리 잡은 ‘단의 진영’에 있을 때, 주님의 영이 그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복음 루가 1,5-25
5 유다 임금 헤로데 시대에 아비야 조에 속한 사제로서 즈카르야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아론의 자손으로서 이름은 엘리사벳이었다.
6 이 둘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7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 다 나이가 많았다.
8 즈카르야가 자기 조 차례가 되어 하느님 앞에서 사제 직무를 수행할 때의 일이다.
9 사제직의 관례에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그가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기로 결정되었다. 10 그가 분향하는 동안에 밖에서는 온 백성의 무리가 기도하고 있었다. 11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분향 제단 오른쪽에 섰다.
12 즈카르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13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14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15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 16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다.
17 그는 또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 18 즈카르야가 천사에게,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하고 말하자, 19 천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20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21 한편 즈카르야를 기다리던 백성은 그가 성소 안에서 너무 지체하므로 이상하게 여겼다. 22 그런데 그가 밖으로 나와서 말도 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그가 성소 안에서 어떤 환시를 보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몸짓만 할 뿐 줄곧 벙어리로 지냈다.
23 그러다가 봉직 기간이 차자 집으로 돌아갔다. 24 그 뒤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였다. 엘리사벳은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25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





성지에서 미사를 끝내고, 참석하신 분들과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어떤 분이 제게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신부님께서 라디오 ** 방송의 ‘아침 창가에서’를 하셨던 분이세요?”

“네. 맞습니다. 제가 한 15개월 정도를 했었지요.”

“정말이에요? 신부님이 정말로 ‘아침 창가에서’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시던 빠다킹 신부님이세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렇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시더군요. 저는 약간 짜증은 났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으면 말했지요.

“제 기억이 분명히 맞는다면, ‘아침 창가에서’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제가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분께서는 아직도 믿지 못하겠는지,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신부님, 사실 ‘아침 창가에서’에서 나오는 신부님의 목소리가 너무나 좋았거든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상상을 했어요. 분명히 키도 크고 잘 생기고, 멋진 웃음을 간직하셨을 것이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직접 보니, 저의 상상에서 너무나 많이 벗어나네요.”

그러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으시는 것이었어요. 아마도 저의 볼품없는 모습,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을 보시고서 실망을 하셨나 봅니다. 어쩌면 이 분에게는 진짜 저의 모습을 보지 않는 편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꼭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오히려 나를 더욱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긴 우리 주변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즉, 그들은 엄청난 부자이거나,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거나, 또한 다른 사람들이 못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하게 우리들의 눈에 비춰지는 이러한 부러움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취함으로써 이 세상과의 연을 끊어버리기도 하지요.

맞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이 세상의 관점에서 좋아 보이는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함으로써 우리들은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문제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을, 이 세상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만을 추구하려고 하고, 그러한 것들만을 믿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즈카르야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즈카르야는 자기와 아내는 나이가 많아서 아기를 가질 수 없다고 하면서 하느님의 일을 의심합니다. 사제이며, 더군다나 나이가 많다면 더욱 더 하느님의 일을 의심해야 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상의 기준을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내 자신의 믿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생활을 하시는지, 아니면 세속적인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을 하면서 주님을 계속해서 의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느니 차라리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즈카르야가 말을 하지 못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의심하지 맙시다.



파국으로 몰고 간 의심(이상각, ‘생각이 자유로우면 거칠 것이 없다’ 중에서)

한나라 왕 유방은, 초패왕 항우가 반란군을 진압하는 틈을 타서 초나라의 도읍인 팽성을 빼앗았지만 곧 항우의 거센 공격을 받고 패하게 되었다. 마침내 군량미까지 바닥이 나서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유방은 항우에게 형양을 사이에 두고 휴전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초나라의 노련한 군사 범증은 한나라의 상황을 감지하고 이 기회에 한나라 군을 완전히 없애자고 항우를 재촉했다. 그리하여 초나라 대군은 한나라 군이 진을 치고 있던 형양성을 겹겹이 포위했다.

위기에 빠진 유방은 참모 진평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진평은 첩자들을 풀어 초나라 군사들 사이에 범증이 유방과 내통하고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렸다.

마침내 이 유언비어는 항우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워낙 성미가 급하고 의심이 많았던 항우는 그때부터 범증을 멀리했다. 그리하여 범증의 의견을 무시하고 유방에게 사신을 보냈다.

진평과 장량, 소하를 비롯한 한나라의 중신들은 정중히 초나라 사신을 맞이했다. 예기치 못한 적국의 환대에 사신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진평이 아주 반갑다는 듯이 물었다.

“요즘 우리 범증 군사께서는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범증과 사이가 나빴던 항우의 사신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초패왕 전하가 보낸 사신이지, 범증 군사가 보낸 사신이 아니오.”

진평은 깜짝 놀라는 체하면서 부하들을 시켜 산해진미를 물리고 형편없는 요리를 내오게 한 다음 그 자리를 떠났다. 협상도 결렬되었다.

모욕을 당하고 돌아온 사신은 한나라 신하들이 범증을 매우 가깝게 여기고 있더라고 보고했다. 항우는 소문대로 범증이 유방과 내통하고 있다고 확신하여 그의 관직을 빼앗았다.

범증은 “천하의 대세가 이미 정해졌구나”하고 탄식하며 고향을 가다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유방의 명참모 진평의 교묘한 계책에 속아 넘어간 항우는 타고난 의심 많은 성품 때문에 당대 최고의 책사인 범증을 잃었고, 그 후 거의 수중에 들어왔던 천하까지 유방에게 빼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