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좋아 겨울에 피는 꽃들 | |||||||||||||||||||||||||||||||||||||||||||
그런데 가을과 맞물려 있지만 완연한 겨울에 피어나는 꽃들도 있답니다. 대표적인 겨울 꽃은 동백이요, 남녘 땅에서는 수선화도 한몫을 하지요. 비파나무의 꽃과 팔손이나무 등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피어나는 꽃들이 있답니다. 바보꽃도 있고, 제철에 피어난 것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따스한 남녘 땅 제주도라도 12월에 만나는 꽃들은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적 개구리 사냥을 다니곤 했습니다. 근육으로 똘똘 뭉친 개구리 뒷다리를 철사에 끼워 장작불에 구워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맛난 간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개구리다리를 많이 먹고서도 개구리발톱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어느 날 꽃이 진 후 개구리발톱의 씨앗을 보았더니 영락없이 개구리 다리의 지느러미를 닮았더군요. 그래서 아마도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 같은데, 이 꽃은 개구리들이 겨울잠을 잘 무렵부터 새순을 내고 양지바른 곳에서는 한겨울에도 꽃을 피웁니다. 그후 개구리가 깨어날 경칩까지도 넉넉하게 버팁니다. 바보꽃이라고 하기엔 좀 그런 꽃입니다. 그렇다고 지천인 것은 아닙니다. 발품을 팔아야 작은 꽃 수줍은 듯 보여주는 꽃이랍니다.
그런데 예상 외의 꽃을 만나는 것은 더 큰 횡재랍니다. 뱀딸기의 꽃, 그것도 앙증맞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빼꼼이 내다보는 작은 꽃봉오리를 만났으니 큰 횡재를 한 셈이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세파에 물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파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만 아직 세파를 겪지 않은 아기와 같은 모습, 그냥 귀엽습니다.
별꽃은 바보꽃일까요, 아닐까요? 제철에 피어나는 꽃이랍니다. 물론 내년 봄까지 쭈욱 이어서 필 꽃이죠. 겨울에 밤하늘 바라보신 적 있으신지요? 밤하늘의 별이 가장 맑게 빛나는 계절이 있다면 겨울이랍니다. 그 겨울하늘에 빛나는 별을 닮은 꽃, 별꽃이 피었습니다.
언젠가 육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한겨울에 피어나는 꽃 중에서 비파꽃을 보고 싶다는데 도대체 그런 꽃도 있는가 싶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돌담 곳곳에 집집마다 많이 심겨진 나무가 비파나무더군요. 씨앗만 흙에 던져놓아도 이내 나무가 된다는 비파나무의 생명력은 겨울을 담고 피어난 꽃에 있을 것 같습니다. 겨울꽃이라는 티를 좀 내려고 하는지 꽃봉오리에도 꽃잎에도 솜털이 가득합니다.
그동안 만났던 '애기' 자가 들어가는 꽃들을 세어보니 애기동백, 애기물매화, 애기고추나물, 애기괭이눈, 애기괭이밥, 애기나팔꽃, 애기달맞이꽃, 애기똥풀, 애기풀, 애기도라지 등등 많기도 합니다.
꽃이 흔하지 않는 12월에 만난 꽃들이라 더 각별하고, 추운 겨울 마다하지 않고 좋아라 피는 꽃들이 있어서 삶의 힘을 얻습니다. 그들은 옷 하나 안 입고도 겨울 좋아라하는데 내 삶에 겨울이 온다고 해도 뭐가 걱정일까 든든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에 소개된 꽃들은 12월 1일-3일에 만난 꽃들입니다. 기자소개 :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이며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와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않는 그의 글들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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