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사랑하는 이들의 글

새해의 작은 기도 / 정호승

ohjulia 2006. 1. 5. 15:45
주님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 주세요
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해 주세요
그렇지만 올해도 저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

주님
올해도 저를 쓰러뜨려 주세요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저를 쓰러뜨리신다는 것 이제 아오니
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리셔서
다시 힘차게 일어나 십자가를 품에 안고 가게 해 주소서

주님
올해도 억울한 일을 당해도 파르르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하기보다는
기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소서

주님
올해도 저에게 상처 준 자들을 용서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용서할 수 없으면 잊기라도 하게 해 주세요
무엇보다도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십자가에 못박혀 손에 못자국이 나기 전에
목수 일로 생긴 노동의 굳은살이 먼저 박혀 있었던 주님
저로 하여금 올해도 일하기 싫은 마음을 지니지 않게 해 주시고
지하철에서 만나는 가난한 이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동전 하나라도 건네게 하시고
노숙자들한테서 나는 냄새를 싫어하지 않게 해 주소서

주님
올해도 제가 주님께 원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부디 올해는 주님게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도록
오직 주님의 가르침만 따를 수 있도록 해 주소서



◈정호승 프란치스코 시인



**************서울주보 2006.1.1.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에
실린 것임*************

'Existance > ▲ 사랑하는 이들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Romance  (0) 2006.02.15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축하하며...  (0) 2006.01.27
빌려 쓰는 인생  (0) 2005.12.29
낮아지게 하소서  (0) 2005.12.29
모든 사람은 사명자이다  (0) 200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