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빠다킹 신부님과 새벽을..

사람은 절대로 포기하지 맙시다.

ohjulia 2006. 6. 15. 08:42
2006년 6월 15일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제1독서
열왕기 상권 18,41-46
그 무렵 41 엘리야가 아합에게 말하였다.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니, 이제는 올라가셔서 음식을 드십시오.” 42 아합이 음식을 들려고 올라가자, 엘리야도 카르멜 꼭대기에 올라가서, 땅으로 몸을 수그리고 얼굴을 양 무릎 사이에 묻었다. 43 엘리야는 자기 시종에게 “올라가서 바다 쪽을 살펴보아라.” 하고 일렀다.
시종이 올라가 살펴보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엘리야는 일곱 번을 그렇게 다녀오라고 일렀다.
44 일곱 번째가 되었을 때에 시종은 “바다에서 사람 손바닥만 한 작은 구름이 올라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엘리야가 시종에게 일렀다. “아합에게 올라가서, ‘비가 와서 길이 막히기 전에 병거를 갖추어 내려가십시오.’ 하고 전하여라.”
45 그러는 동안 잠깐 사이에 하늘이 구름과 바람으로 캄캄해지더니, 큰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아합은 병거를 타고 이즈르엘로 갔다. 46 한편 엘리야는 주님의 손이 자기에게 내리자, 허리를 동여매고 아합을 앞질러 이즈르엘 어귀까지 뛰어갔다.


복음 마태오 5,20ㄴ-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0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21 ‘살인해서는 안 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2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23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24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25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고소한 자가 너를 재판관에게 넘기고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 네가 감옥에 갇힐 것이다.
26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저께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습니다. 전에 자전거를 타다가 손을 다쳐서 한 달 넘게 자전거를 탈 수가 없었거든요. 따라서 웬만큼 손도 나았고, 이렇게 좋은 날씨에 해안 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문득 지난번의 사고가 생각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방에 들어가서 전에 선물로 받은 자전거 헬멧을 머리에 쓰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처음 써 본 새 헬멧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선물 주신 분이 분명히 큰 헬멧이라고 했는데 이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제 머리 탓을 하게 되더군요. 전에부터 머리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이 헬멧도 못쓰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에게 맞지 않는 헬멧이라고 단정을 내렸던 것이었지요.

집에 돌아와서 헬멧을 벗어서 원래 있었던 케이스에 담았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무엇인가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헬멧 안에 있는 머리 보호대에 붙이는 스펀지가 따로 분리 되어 있는 것이었어요. 즉, 머리 아픈 것에 대비해서 제 머리 큰 것만을 탓했었는데, 사실은 그 자그마한 스펀지 하나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처음 그 헬멧을 선물로 받았을 때, 그 안에 스펀지가 있길래 이것은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가 정말로 궁금했었지요.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네요.

자그마한 스펀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스펀지입니다. 그런데 제 머리가 아프지 않으려면 반드시 있어야만 했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살인하지 말라.’ 계명을 더욱 더 심화시켜서 말씀하시지요. 즉, 살인을 하는 것만이 하느님의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형제에게 화를 내고, ‘바보, 멍청이’라고 말하는 자 역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하시지요. 바로 별 것이라는 말 한 마디, 아무것도 아니라는 행동 하나가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것과 같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는 작은 계명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한 것이지요. 그래야 주님 앞에 완벽하게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떨까요? 작은 계명도 철저히 지키면서 주님 앞에 완벽하게 나아가고 있나요? 조그마한 스펀지 하나가 제 머리를 아프지 않게 하는 것처럼, 작은 계명도 어기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 하나가 나를 구원으로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사람은 절대로 포기하지 맙시다.



행복한 고민(최용우, '햇볕같은 이야기'중에서)

어떤 주부의 이야기인데,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아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뇌종양이랍니다. 그것도 악성 종양이어서 얼마 못 살 거랍니다. 수술 날짜를 잡기는 했지만 수술실에서 걸어 나올 보장이 없는 수술이랍니다.

수술하기 전날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옷을 차곡차곡 개 옷장 속에 넣으며 한없이 울었더랍니다. 자기가 아니면 양말 한 짝 찾아 신지 못하는 남편의 속옷과 양말을 서랍장에 넣으면서도 펑펑 울었더랍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던 날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는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지켜보던 남편이 그제서야 실감이 나는 듯 '어쩌면 좋아' 하며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랍니다.

얼마 후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의 짧은 삶이 주어진 이 주부의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은 마치 신천지 같더랍니다. 모든 것이 다 새롭고 모든 것이 다 귀하고 모든 것이 다 고맙고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더랍니다. 맨날 짜증을 부렸던 남편의 뒤집어 벗어놓은 양말도, 늦잠 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누군가 집 앞에 몰래 버려놓은 쓰레기도,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까지도 그냥 좋아 보이고 감사하더랍니다. 이 땅에서 숨쉬는 그것 자체가 행복이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