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빠다킹 신부님과 새벽을..

구분해서 차별하지 맙시다.

ohjulia 2006. 9. 26. 05:54
2006년 9월 26일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제1독서
잠언 21,1-6.10-13
1 임금의 마음은 주님 손안에 있는 물줄기,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끄신다. 2 사람의 길이 제 눈에는 모두 바르게 보여도 마음을 살피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3 정의와 공정을 실천함이 주님께는 제물보다 낫다.
4 거만한 눈과 오만한 마음 그리고 악인들의 개간지는 죄악일 뿐이다.
5 부지런한 이의 계획은 반드시 이익을 남기지만, 조급한 자는 모두 궁핍만 겪게 된다.
6 속임수 혀로 보화를 장만함은 죽음을 찾는 자들의 덧없는 환상일 뿐이다.
10 악인의 영혼은 악만 갈망하고, 그의 눈에는 제 이웃도 가엾지 않다. 11 빈정꾼이 벌받으면 어수룩한 자가 지혜로워지고, 지혜로운 이가 지도를 받으면 지식을 얻는다.
12 의인은 악인의 집을 살피고 악인을 불행에 빠지게 한다. 13 빈곤한 이의 울부짖음에 귀를 막는 자는, 자기가 부르짖을 때에도 대답을 얻지 못한다.


복음 루카 8,19-21
그때에 19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지만, 군중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20 그래서 누가 예수님께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을 뵈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알려 드렸다.
21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지금 온 몸이 마구 쑤십니다. 아마도 어제 일을 특별히 더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네요. 사실 제가 있는 갑곶성지에서 오늘 제3회 순교자 현양 대회가 열리거든요. 따라서 그 준비를 위해서 어제는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습니다. 그랬더니만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혀있고, 자고 일어난 지금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온 몸이 쑤시네요.

평소에 저는 스스로 일을 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순례객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제 방 청소는 잘 하지 않지만 성지 청소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예초기로 풀을 베는 것은 물론, 각종 삽질에 곡괭이질까지 안 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성실하게 살았다고 스스로 자부했습니다. 따라서 순교자 현양 대회가 성지에서 열린다고 해도 제가 준비할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저의 큰 착각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지요? 왜 이렇게 부족한 부분이 많던 지요? 며칠 동안 계속해서 현양대회 준비를 위해서 일을 했지만,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많이 반성하게 되었지요. 평소에 조금만 더 열심히 했더라면…….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해야 할 일보다는 스스로의 만족을 느끼는 일만을 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만약 이렇게 미진한 부분들을 평소에 조금씩 고쳐나갔더라면, 지금처럼 현양대회 준비로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요.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편한 일만을 하려 했기 때문에, 이렇게 고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구분을 지으면서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던 경우가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도 얼마나 많이 구분을 짓나요? 내 편, 네 편.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그러한 구분으로 인해서 정작 주님께서 당신의 생명까지 희생하면서 보여주신 가장 중요한 사랑을 전혀 실천하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오늘 복음에서도 이렇게 한정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았지요. 그래서 어떤 사람이 예수께 직접 말을 합니다.

“선생님의 어머님과 형제분들이 선생님을 만나시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즉, 어머니와 형제는 특별하다고 이 사람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과 예수님의 가족을 분리시키려고 합니다.

이렇게 분리시키는 사람들을 향해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다”

모든 사람을 하나로 엮으시는 주님이십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구분을 짓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좋은 것은 좋고, 나쁜 것은 나쁜 것이라면서 한정짓는 분도 아니십니다. 그분은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드시는 분이셨습니다.

내가 지금 구분 짓고, 한정짓는 것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가족까지도 구분 지으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구분해서 차별하지 맙시다.



포기해서는 안될 것(박성철, ‘느리게 그리고 인간답게’ 중에서)
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늘어가는 것. 그것은 주름살과 책임, 그리고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입니다. 주름살과 책임이 늘어가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이치겠지요. 하지만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 늘어가는 조금 다른 차원입니다.

가족을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취미를 포기해야 할 때가 있고, 일과 가정에서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나만의 시간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고... 누구도 나에게 그것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 수야 있나?'라며 포기하고 스스로 위안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린 그런 과정에서 나를 살아 있게 만들었고, 내 삶을 활기차고 박력있게 만들었던 소중한 것들을 가끔 잃어버리곤 합니다.

세상이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을 정도로 빡빡하고 타이트하게 돌아간다 해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확신과 긍지를 갖게 해주는 일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것은 가족과의 여행일수도, 독서일수도, 운동일수도 있습니다. 영화감상일수도 있고, 게임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바쁘고, 힘겹고, 삶이 무미건조하고, 나 자신이 돈 버는 기계처럼 느껴질 떄, 꼭 한 가지쯤은 내가 소유해야만 하는 것을 남겨 두십시오.

그것을 가짐으로 인해 내가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구나 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