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사랑하는 이들의 글

나이 들어가는 것

ohjulia 2007. 1. 19. 23:28



 

 


 

<나이 들어가는 것>


나이 드는 건 타들어가는 초처럼

하늘로 떠나보낸 향이 늘어가고

우정과 다시 만날 날 가까워졌다는 것.

마지막 남은 뜨거웠던 사랑의 심지는

바람기 없어도 가벼운 미소에 마저 펄럭인다.


사막에라도

숨은 이야기를 만들어 둔 사람은

날리는 향에 인상을 새겼기에

이제 우물가에서조차

제 얼굴 비추어 보지 않는다.

 

한때, 망막에 새겨진 맹점 바로 곁

마술 잉크로 적어 놓은 사연을

꺼내어 읽기만 하면

떠나간 것 모두 스스럼없이 되살아나

입가에 피어오르는 미소처럼 촛불 심지 펄럭인다.


 

 

*그림감상; 타오르는 심지 속에는 꿈에 그리던 옛 사연이

                깨꼼발 여인되어 기다리고,

                두레박 끝에 매어 달린 댕기는

                한 시도 잊은 적 없는 향기가 배어난다.

                매어 두지 않아도 떠나지 못하는 배는 안타까움에

                소식 전하는 바닷새만 우정을 지킨다.

                왼손으로나마 가만히 우주의 그림자를 손 대어 보려하나

                시나브로 회색빛 미소만 띠며 간다.

                그래도 기쁨인지 서글픔인지 따지지 않으리

                그저 가끔씩 사연 꺼내 읽으면

                피어오는 추억에 제 얼굴 잊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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