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사랑하는 이들의 글

흙 내음이 그립다.

ohjulia 2007. 2. 15. 06:59

<흙 내음이 그립다.>


철모르는 봄비 내리는 날,

아파트 베란다.

뿌연 새벽안개와

나뭇가지에 쌓인 흰 상고대마저 녹는다.


겨우내 구석에 던져 논 원고지,

한 꺼풀 쌓인 먼지

겉장만 구겨 쓰레기통으로 던진다.


너무 쉽다.

읽어보면 이리저리 볼펜 줄긋기

또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되어

재독도 않고 메일 탔군.


가는 건 세월만이 아니다.

때 이른 봄비에

울렁이는 배 멀미마저

그리움 풍겨오는 흙 내음마저 벗는다.


사랑이라는 값싼 포장지는

유난히 어지러이 방송을 탄다.

싫다.

너마저 그러는구나.......


제철 봄비에 실려 오는

숲 속 퀴퀴한 흙 내음이

오늘따라 그립다.

뚜가리 김치찌개 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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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