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에드워드 신부님의 ..

사순절과 부활

ohjulia 2008. 3. 12. 15:07
사순절과 부활


meditation, 고향으로(그리스도의 향기)

고통과 죽음은 우리 모든 인생에 주어진 문제이다. 하느님은 왜 우리를 고통과 죽음의 상황 으로 창조하셨는가? 그리스도교인은 예수의 고통과 죽음이 이 물음에 대해 해답을 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분의 십자가 아래 무릎을 꿇고 고통을 없애 달라, 죽을병에서 살려달라고 기도한다. 자기 고통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맥없이 십자가에서 죽은 그분에게 내 고통을 없애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한 역설이 있을까? 예수는 고통을 없애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과 죽음이 지배하는 이 세상 깊은 곳에 하느님의 나라,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나라가 감추어 있다는 신비를 깨우쳐 주려 오셨다. 때문에 그분은 인간의 고통과 죽음의 문제를 제거하거나 먼 미래로(소위 우리의 죽음 이후로) 미루어 해결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상황 안에 하느님 나라(생명의 나라, 부활의 나라)가 와있음을 알리고 그 나라를 살 수 있도록 해 주셨다. '후'나 '밖'을 향하던 시선을 '지금 여기' 고통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안으로, 그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게 하신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 내면의 깊은 곳, 하느님이 숨어 계시는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고통에서 고통만 바라볼 뿐 그 고통을 뚫고 자기의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저 다급하게 고통의 현상만을 없애달라고만 기도한다. 죽을병이 걸리면 죽겠다고 아우성하며 살려달라고 기도하기에 급급하다. 지금 그 병에서 벗어나면 영원히 아프지 않을 것처럼,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기도한다. 우리는 이렇게 고통의 겉을 맴돌며 방황한다.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사순절은 인생이 겪는 고통 깊은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여 그 안에 감추어 있는 고통의 의미를 들여다보게 하고, 그 안에 감추어 있는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보게 한다. 사순절은 고통과 죽음 안에 감추어 있는 하느님나라의 행복을 발견하게 해준다. 부활이 던지는 근본적인 메시지는 고통과 죽음이 지배하는 괴로운 현실을 안에 감추어 있는 영원한 삶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사순절 동안, 고통과 죽음 안에 감추어 있는 영원한 생명을 발견한 자만이 부활이 왔을 때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부활의 기쁨은 십자가의 인생이 끝난 다음에 비로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 달려 있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시신이 아니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께서 부활하셨다. 십자가 위에서. -이 제민 에드워드 신부님의 인생낱말사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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