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류 해욱신부님의 향기

하느님께서 찾아가신 보석

ohjulia 2008. 8. 2. 15:01
하느님께서 맡기신 보석


  오래 전에 많은 일화를 남긴 메이어라는 유명한 랍비가 있었습니다. 

안식일에 회당에서 예식을 집전하는 바로 그 시간에 집에서 갑자기 그의 두 아이가 죽었지요.

랍비의 아내는 신심이 아주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의 시체를 이층으로 옮겨놓고 흰 천으로 덮어두었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집으로 돌아온 랍비 메이어를 보고 아내가 말했답니다.

  “여보, 저는 당신에게 물어 볼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아주 귀중한 보석을 맡기고 갔었습니다.

잘 지켜달라고 부탁을 했었지요.

그런데 그 보석 주인이 갑자기 와서 자기가 맡겼던 보석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랍비가 대답했지요.

  “부인. 주인이 돌려달라고 하면 당연히 돌려주어야지요.”

  비로소 아내는 아이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답니다.

  “실은 오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셨던 두 개의 귀한 보석을 돌려받기 위해 오셨고,

저는 그 보석들을 내어 드렸습니다.”


  오늘은 3년 전에 민혜인이라는 아주 아름다운 보석을 하느님께서 다시 찾아가신 날입니다.

제가 오늘 혜인이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기도하며 혜인이를 위한 기도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가 감히 혜인이 가족, 특히 엄마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도 없고,

그 마음의 고통을 똑같이 함께 느낄 수도 없지만 아무리 하느님 당신 것이라고 하더라도

맡겼던 보석을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다시 찾아가시는 일이

받아들이기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압니다.

자신보다 더 소중하고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인 까닭이지요.

그래도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일은 그 보석이 우리에게 맡겨 주신 것이지 우리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고, 이제는 우리와 함께가 아니라 그분과 함께 있는 것이 더 낫다는 사실입니다.

  혜인이 가족들이 혜인이와 나누었던 사랑과 그 아름다운 보석을 18년 동안 바라보며

기뻐할 수 있었던 추억에 대해 감사하시기 바라며 이 기도문을 통해 그분이 주시는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저도 진심으로 위로를 드리며 기도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함께 혜인이와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혜인이를 위한 기도


사랑이신 주님,

오늘 혜인이의 기일을 맞아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혜인이에 대한 저의 마음을 어떻게 말로 형언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당신만이 저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고통을 아십니다.

아직도 혜인이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절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는 당신에 대한 원망도 있습니다.

그 순간 당신은 왜 그냥 내버려 두셨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혜인이를 기억하는 것은 가슴 저미는 아픔입니다.

혜인이를 데려가신 당신의 뜻을 저는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순간

당신도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셨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당신의 나라, 영원한 복락의 나라로 들어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혜인이가 당신이 계신 그 곳에서 복락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지혜와 확신을 주십시오.


이제 혜인이가 저와 함께 있는 것보다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십시오.

이 모든 것을 안다고 해도 저는 여전히 고통스럽고 약한 인간입니다.

저를 위로해 주시고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해 주십시오.


사랑이신 주님,

당신이 저에게 주셨던 혜인이라는 보석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혜인이는 지금도 여전히 제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혜인이와 나누었던 사랑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혜인이에 대해 제가 지니고 있는 모든 기억들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혜인이의 죽음을 통해

저의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삶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저의 삶의 나날을 헛되게 보내지 않도록 축복해 주십시오.

제가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알아듣지 못해도

당신을 신뢰하며 받아들이고 맡겨드리는 법을 배우게 해 주십시오.


혜인이가 여전히 제 가슴에 있지만

다만 안쓰러움이 아닌,

혜인이를 생각하면

제게 위로와 힘을 주는 그런 기억으로 남아 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슬픔에 머물지 않고

저와 제가 사랑하는 남은 사람들을 위해

밝고 기쁜 삶을 살도록 축복해 주십시오.

제가 이제 새로운 희망과 기쁨으로 새 삶을 사는 것이

당신과 함께 있는 혜인이가 진정 바라는 일임을 알게 해 주십시오.


주님,

다시 한번 당신의 축복을 청합니다.

제게 평온함과

늘 긍정적이고 기쁘게 살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주십시오.

남아 있는 가족들이 서로 더 사랑하고 화목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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