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빠다킹 신부님과 새벽을..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2010.07.19)

ohjulia 2010. 7. 19. 07:22

2010년 7월 19일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제1독서 미카 6,1-4.6-8

1 너희는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너희는 일어나 산들 앞에서 고소 내용을 밝히고, 언덕들이 네 목소리를 듣게 하여라.” 2 산들아, 땅의 견고한 기초들아, 주님의 고소 내용을 들어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고소하시고, 이스라엘을 고발하신다.
3 내 백성아,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하였느냐? 내가 무엇으로 너희를 성가시게 하였느냐? 대답해 보아라. 4 정녕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왔고, 종살이하던 집에서 너희를 구해 내었으며, 너희 앞으로 모세를, 아론과 미르얌을 보냈다.
6 내가 무엇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아가고, 무엇을 가지고 높으신 하느님께 예배드려야 합니까? 번제물을 가지고, 일 년 된 송아지를 가지고 그분 앞에 나아가야 합니까?
7 수천 마리 숫양이면, 만 개의 기름 강이면 주님께서 기뻐하시겠습니까? 내 죄를 벗으려면 내 맏아들을, 내 죄악을 갚으려면 이 몸의 소생을 내놓아야 합니까?
8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이고,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그분께서 너에게 이미 말씀하셨다.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이 아니냐?


복음 마태오 12,38-42

38 그때에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스승님이 일으키시는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 39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악하고 절개 없는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구나! 그러나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40 요나가 사흘 밤낮을 큰 물고기 배 속에 있었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사흘 밤낮을 땅속에 있을 것이다.
41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42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와 함께 되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끝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적의 군대가 한 마을을 포위했습니다. 적군의 장수는 마을을 향하여 소리쳤지요.

“남자들은 모조리 우리의 노예로 삼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특별히 풀어줄 것이니 이 마을을 속히 떠나되 인정을 베풀어 그대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 한 개 씩만 지니고 나가도록 허락한다.”

그래서 그 마을의 여자들은 모두가 금반지며, 목걸이며, 은수저 등을 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한 여인이 커다란 보따리 하나를 질질 끌고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검문하던 자가 수상히 여겨 보따리를 헤쳐 보니 웬 남자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건 누군가?”

여인은 대답했습니다.

“제 남편입니다.”

“왜 그대는 명령을 어기는가? 둘 다 죽고 싶은가?”

적의 장수가 위협을 가하자 여인은 간절하게 대답했습니다.

“제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제 남편입니다. 명령대로 내게 가장 소중한 보물을 하나 지니고 나가는 것이니 보내 주십시오.”

이 내용은 탈무드에 나오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정말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야기인 것이지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사랑, 기쁨, 행복 등의 가치를 중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가치를 위해서 자신의 생명까지 바치는 사람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자신은 말과 생각이 다름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그 사실을 우리가 주님께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주님께 영적인 것들을 추구하기 보다는, 물질적인 것들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사람들은 예수님께 눈에 보이는 표징을 보여 달라고 청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사랑을 완성하시기 위해 오셨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들은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표징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표징을 보여 달라는 것이지요.

제1독서의 미카 예언자는 말하지요.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하느님과 함께 걷는 사람임을 이야기합니다. 결코 물질적인 욕심과 이기심으로 하느님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실천할 때만이 하느님과 함께 걸어가면서 참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주님께 청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우리도 과거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눈에 보이는 가치가 아니라,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참 행복을 가져다주는 영적인 가치를 청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버지가 되기는 쉽다. 그러나 아버지답기는 어렵다(셀링 그레스).



어머니의 새 핸드폰(서석화 외,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중에서)

분홍 빛깔 새 핸드폰을 받아 든 어머니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내 손엔 8년 전 어머니가 요양원으로 가실 때 목에 걸어 드린 흰색 구형 핸드폰이 들려 있다. 어머니는 그곳에서 칠순을 맞았고 아주 작아지셨다. 그리고 무남독녀 외동딸은 사십 대가 끝났다.

너무 오래되어 충전이 안 된다는 어머니 말씀에 새로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핸드폰 가게에 들렸다. 서류를 적어 내려가는데 직원이 불쑥 말을 걸었다. “약정 기간은 2년이에요. 그 안에 다른 일이 생기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거 아시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순간 볼펜을 놓고 직원을 바라보았다. “알아요. 안다고요.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거, 안단 말이에요.”

울음이 터져 나오는 듯한 내 목소리에 직원의 눈이 황망하게 커졌다. 그의 눈동자에 마음을 박아 넣듯 다급하게 말했다. “이 핸드폰, 어머니가 쓰실 거예요. 약정 기간 10년짜리, 아니 20년짜리는 없나요? 저기요, 어머니는 약속을 잘 지키는 분이거든요. 기도해 주세요. 어머니가 약정 기간을 꼭 채우실 수 있도록요.”

무슨 사연인지 뒤늦게 안 직원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는데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기도할게요.”

새 핸드폰을 줄에 꿰어 목에 건 어머니 가슴에서 진달래꽃 빛깔 핸드폰이 부드럽게 흔들린다. 그 모습을 보며 한 달에 한 번 올 때마다 새 핸드폰을 사다 드리면 약정 기간 2년은 언제까지고 계속 유지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어 본다. 작고 가벼워진 어머니의 몸을 바라보며 약정 기간의 무게로 어머니를 붙잡는다. 2년 또 2년.... 어머니는 약속을 지켜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