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줄리아의...♥

태어나서

ohjulia 2012. 5. 23. 14:18


    태어나서 


    어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주었습니다. 
    교실 칠판에는 '부모님'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차례대로 나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한 아이가 자랑스럽게 말했지요. 

    "저희 아버지는 철강 회사 간부십니다. 
    부하 직원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치시는 걸 보면 
    아주 멋져 보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미인입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미인' 이라고 
    부르라고 시켰습니다." 

    와하하, 교실에 웃음이 번졌지요. 
    그런데 다음에 발표할 아이를 보고 
    선생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자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남을 것 같은 생각에 
    선생님은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조용하게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제 어머니는 돌봐야 할 자식들이 아주 많습니다. 
    많은 아이들 때문에 항상 바쁘시지만 
    제가 밤에 불 끄고 누우면 
    잘 자라, 사랑한다고 큰 소리로 말씀해주세요. 
    그래서 저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잘된 일이라고 느끼면서 잠들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아이들은 평범한 발표로 생각하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그 어머니는 보육원의 수녀님일 터였습니다. 
    선생님은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발표를 마치고 내려온 아이를 
    꽉 껴안아 주었습니다. 

    - 무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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