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엉거주춤에 대해 아시나요?
다섯 시라는 시간에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어디에서 엉거주춤거리며
세상을 둘러보는 춤인데 말이죠
저녁에서 아직 밤이 오기 전의 시간에
엉거주춤 한 허리 부여잡고 애쓰며 걸어가는 춤
오후에서 저녁으로 이어지는 짧은 시간 사이
고전과 새로운 미학 사이 어딘가
막연하게 주춤거리고 있는 자리,
서 있지도 앉지도 못한 자세로 반쯤 서 있는
이 시대의 새로운 춤, 엉거주춤
이 춤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그리하여, 완전히 서 있는 것보다 배는 힘이 들어
게다가 앉아 있는 것보다는 10배는 힘이 들어
잘나가서 유명하거나 이름이 잊혀져 아주 무명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그중 중간인 사람들의
엉거주춤은 얼마나 고단한 춤사위인가요?
세상에는 신인이라는 이름으로 특집잔치를 하고
원로 또는 중진의 이름으로 특별원고를 활자로 담아내겠지만
이쪽도 저쪽도 아닌 엉거주춤을 추는 사람은
일생 엉거주춤거리며 살아가는
무척이나 살아가는 일이 고된
섹시한 댄스도 발라드풍도 아닌
정말이지 인기 하나 없는 춤
이 춤 한번 추어 보실래요?
(애지, 가을호)
-이은봉·김석환·맹문재·이혜원 엮음『2011 오늘의 좋은시』(2011, 푸른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