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마음도 살찌우고

삶이란 참으로 교활하다

ohjulia 2005. 8. 26. 01:28

    삶이란 참으로 교활하다

    시간이 흘러 그때가 되면 모든 걸 다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을거라 믿었다. 이제야 고백하건데, 야속한 세상은 결코 미리 답을 해주는 법이 없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아직 떳떳하게 어른이라 외칠 수 없음에 마냥 초라해진다. 나이듦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던 그 시절엔 나무 한그루와 풀 한포기도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 본능적으로 미(美)를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이 처음으로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동안 아름다움은 잊혀진다. 대신 요즘말로 '끝내주는 것, 죽이는 것, 캡빵인 것, 짱인 것'에 길들여져 그것을 아름다움이라 여긴다. 어느덧 그들을 통해 서서히 아픔과 배신, 절망, 그리고 고통을 배우고 처연한 아름다움에 눈을 뜬다. '아름다움'이란 말은 원래 '앓음다움'이란 말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아프고 아픈 후에야 얻어지는 것이 아름다움이렸다. 아름다운 사람이란 스스로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번뇌하고 고민하며 쉼없이 상처받은 사람이다. 병마와 싸우는 사람의 미소가 아름다운 이유를, 헐벗음을 잠시 잊고 피어나는 웃음이 아름다운 이유를, 고통스런 과정을 용케 이겨내고 탄생한 어린 생물들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이유를, '앓음다움'이란 말을 통해 되뇌이고 되새겨본다. 아픔과 고난은 아름다움과 한몸이다. 세상이 조금씩 아름다워지고 있다면 분명 제대로 나이먹고 있음이다. 육신은 추하게 사그러들고 있으나 마음은 점차 아름다워지고 있으니 삶이란 참으로 교활하다. - 르뺑의 "손깍지를 끼다"에서 십대에서부터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가슴앓이"를 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습니다. 오늘 아침 문득, 이 모습이 제대로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떠나 가는 여름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