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빠다킹 신부님과 새벽을..

내 능력이 없다면서 포기하지 맙시다.

ohjulia 2005. 8. 27. 05:58
2005년 8월 27일 성녀 모니카 기념일

제1독서 데살로니카 1서 4,9-11
형제 여러분, 형제를 사랑하는 일에 관해서는 이 이상 더 쓸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직접 하느님께로부터 서로 사랑하라는 교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교훈을 실천해서 마케도니아 온 지방에 있는 모든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이 더욱더 그렇게 하시기를 권고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내가 전에 지시한 대로 조용히 살도록 힘쓰며 각각 자기의 직업을 가지고 자기 손으로 일해서 살아가십시오.


복음 마태오 25,14-30
그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먼 길을 떠나면서 자기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었다. 그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돈 다섯 달란트를 주고 한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를 주고 또 한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곧 가서 그 돈을 활용하여 다섯 달란트를 더 벌었다.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도 그와 같이 하여 두 달란트를 더 벌었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가서 그 돈을 땅에 묻어 두었다.
얼마 뒤에 주인이 와서 그 종들과 셈을 하게 되었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다섯 달란트를 더 가지고 와서 ‘주인님, 주인께서 저에게 다섯 달란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다섯 달란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잘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하고 말하였다.
그 다음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도 와서 ‘주인님, 두 달란트를 저에게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두 달란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래서 주인은 그에게도 ‘잘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 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하고 말하였다.
그런데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와서 ‘주인님, 저는 주인께서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시는 무서운 분이신 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저는 주인님의 돈을 가지고 가서 땅에 묻어 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여기 그 돈이 그대로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은 그 종에게 호통을 쳤다. ‘너야말로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내가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는 사람인 줄로 알고 있었다면 내 돈을 돈 쓸 사람에게 꾸어 주었다가 내가 돌아올 때에 그 돈에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어야 할 것이 아니냐?
여봐라, 저자에게서 한 달란트마저 빼앗아 열 달란트 가진 사람에게 주어라.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이 쓸모 없는 종을 바깥 어두운 곳에 내쫓아라. 거기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어제 드디어 새롭게 만든 사제관에 입주를 했습니다. 비록 조립식 건물이기는 하지만, 저를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기쁘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한없이 자랑하고 싶은 공간입니다.

그런데 입주하는 것은 좋은데 한 가지 괴로운 것이 있더군요. 그것은 바로 이사하는 것입니다. 남들은 하도 자주 이사를 해서 이제 이사하는 것은 도가 텄겠다고 말을 하지만, 여전히 이사하는 것은 저에게 커다란 일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짐이 워낙 많거든요. 아마 책을 담은 짐만 해도 20박스 이상 나올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이사를 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걱정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어제 하루 만에 이사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요? 이삿짐센터를 이용한다고요? 물론 아닙니다. 그러면 아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 이사한다고요? 그것도 역시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사할 수 있을까요? 맞아요. 짐을 없애면 되는 것입니다. 책은 모두 신학교 도서관에 보내기로 결심했고요, 옷이나 각종 짐들도 신학생들에게 건네주기로 했지요.

따라서 아주 필요한 짐인 컴퓨터와 몇 권의 책, 그리고 옷가지 몇 벌만 옮기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이사 방법이 있었는데, 왜 이제까지 힘들게 이사를 했는지……. 그것은 바로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책 중에서 한 번 읽은 뒤에 다시 손이 가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다시 볼꺼야 라는 생각 때문에, 계속해서 무겁게 끌고 다니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지요. 옷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제가 패션모델이 아닌 이상, 옷을 자주 갈아입는 일이 없습니다. 즉, 입는 옷이 항상 똑같지요. 그러기 때문에 1년 중에서 한 번도 입지 않고 옷장 안에 갇혀 있는 것도 꽤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밖의 제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 중에서도 이런 형태를 띠면서 구석에 쳐 박혀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바로 이렇게 자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많은 짐들. 바로 주인인 저의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포기했을 때, 그 많은 것들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데, 차마 포기하지 못하고 아등바등 힘들게 사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충실성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다섯 달란트 받은 사람이나, 두 달란트 받은 사람이나,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이나 능력의 차별을 두지 않고, 대신 얼마나 충실하게 당신의 뜻을 위해 노력했는가를 보십니다(한 달란트 받은 사람이 그 한 달란트마저 빼앗긴 이유는 자기가 받은 그 한 달란트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마음, 즉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 역시 주님께서 주신 것이고, 주님께서는 그것을 뛰어 넘어서 주님의 뜻을 이 세상에 완성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얼마나 그 노력을 했었는지요?

주님의 뜻을 생각하면서, 그 뜻을 철저히 따르는데 최선을 다하시는 오늘이 되셨으면 합니다.


내 능력이 없다면서 포기하지 맙시다.



시선의 중요성('좋은글' 중에서)

내가 아는 광화문에서 가장 가까운 수제비집은 삼청동에 있다.

수제비를 추억하며 걷기를 20분여.

삼청동 수제비집은 늘 붐빈다. 그 날도 나는 후배들과 함께 `수제비의 추억'을 맛보기 위해 삼청동으로 갔다.

식당 안은 손님으로 가득했고 열명은 족히 돼 보이는 종업원들이 연신 수제비를 나르느라 분주했다.

수제비를 기다리며 맛깔진 열무김치(이 집은 수제비 못지 않게 김치가 훌륭하다)를 집어 먹는데 종업원 한 명이 주방과 카운터를 향해 이렇게 외치는 게 아닌가.

"선풍기에 수제비 네 개, 장롱은 감자전 하나 수제비 다섯."

음식을 주문한 건 물론 `선풍기'와 `장롱'이 아니라 그 쪽 테이블의 손님들이다.

수제비집 종업원들의 기발한 대화법에 감탄하고 있는데 후배 한 명이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잘 나가는 식당들은 예외없이 종업원들의 시선이 손님들에게 쏠려 있죠. 주인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듣고 보니 진짜 그랬다.

수제비집 종업원들을 모두 벽에 붙어 서서 손님들의 식사행위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종업원 한 명이 김치 한 접시를 들고 와 말없이 우리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수제비가 나오기도 전에 김치 한 접시가 동난 것이다.

"거 보세요. 달라고 하기 전에 갖다 주잖아요." 시선의 중요성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