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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사건, 비리혐의는 무죄 환경운동엔 유죄

ohjulia 2005. 10. 25. 10:56
2년2개월간 법정공방을 벌여온 꽃동네사건이 10월20일 오전10시 선고공판으로 그 첫번째 장의 막을 내렸다.
크게 나누어 세가지 공소사실로 요약될 수 있는 꽃동네사건은 공교롭게도 절반은 유죄판결을, 나머지 절반은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검찰은 검찰대로 꽃동네는 꽃동네대로 일견 만족할 만한 판결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양으로는 절반씩이지만 질적으로는 천지차이임을 알 수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리혐의는 무죄요 환경운동은 유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세가지 공소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선고내용은 다음과 같다.(오웅진신부)

1. 업무상 횡령배임 21억2천만원 - 무죄
2. 사기 및 국고보조금 편취 약12억원 - 5억6백만원 유죄, 6억9천만원 무죄
3. 태극광산에 대한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 유죄
(검찰의 3년 구형에 대하여 재판부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나머지 피고인 중 공소사실 3번에 해당하는 윤모수녀, 신모수사, 박모 저투위 집행위원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염모 충북환경연합 사무처장에게는 벌금 200만원이 선고되었음)


2003년 1월부터 인터넷언론인 오마이뉴스에 의해 보도되기 시작한 꽃동네사건의 주제는 오웅진신부가 횡령과 부동산투기, 사기를 쳐서 세속의 가족들이 치부하게끔 도와준 파렴치범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오마이뉴스 당시 기사들의 제목만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박스기사 참고)

사건의 발단이 태극광산과의 환경분쟁이었다는 사실을 떠나 오마이뉴스의 보도기사들만을 보더라도 오늘의 선고공판은 오마이뉴스의 기사들이 명백한 오보였다는 증명이 되고도 남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당시 기사들중 일부(2003.1.21 - 2003.8.4)의 제목

"성직자가 왜 마구잡이로 땅 사나"오웅진은 꽃동네왕국 '음성 대통령'? - 심규상기자
"가족에 10억 송금...횡령은 아니다. 증빙자료 요구는 치욕, 수용 못해" - 김영균기자
수십억 예산지원... 감사는 형식적꽃동네는 회계감사의 사각지대? - 김영균기자
꽃동네 오웅진 신부, 후원금 횡령?검찰 5개월 내사, 관련자 소환예정 - 김영균기자
오신부, 후원금으로 100만평 매입?가족소유 부동산 은폐의혹도 제기 - 김영균기자
"국감 전날까지 압력전화 불났다"98년 국감 '꽃동네 보고서'의 비밀 - 김영균기자
검찰, 오웅진 신부 가족 소환조사 - 김병기기자
오웅진 신부 최측근 윤시몬 수녀 소환 - 김병기기자
"역대 정권 비호가 꽃동네 망쳤다" - 심규상기자
검찰, 오웅진 신부 언제 소환하나천주교계 '오신부 구명 로비' 논란 - 김병기기자
청와대는 꽃동네의 '민원 창구'의원· 장관· 도지사는 '바람막이' - 김영균기자
오 신부 조카, 꽃동네 땅 상속받아"아버지 땅으로 알고 대출받았다" - 김영균기자
"꽃동네 자료제출 안해 수사 난항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고려할 것" - 김영균기자
후원금 1백억원 병원인수자금 유용?복지 헌금인가 청주교구 쌈짓돈인가 - 김영균기자
검찰, 꽃동네 압수수색 실시 - 김영균기자
불쌍한 이 위한 십시일반 후원금대학 설립 자금으로 써도 되나 - 김영균기자
"거래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 영수처리됐다" - 김영균기자
"드러난 혐의로도 사법처리 가능"꽃동네 오신부 6월중순 소환 예정 - 김영균기자
검찰, 오웅진 신부 동생 오충진씨 긴급체포 - 김영균기자
오신부 동생 구속... '횡령' 드러나나 - 김영균기자
오 신부 '소환 불응', 재소환 응할까? - 김영균기자
꽃동네 회원들 "신부님, 화이팅"오 신부 묵비권 계속... 수사 난항 - 김영균기자
한국 천주교회의 특성과 오웅진 미스터리 - 구현모기자
"오 신부가 얼마나 거물이길래..." - 김영균기자
오 신부,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 김영균기자
검찰, 31일 오 신부 수사결과 발표 - 김영균기자
오 신부 '34억 횡령' 불구속 기소꽃동네 땅 여의도 면적 3배 넘어 - 김영균기자
[일문일답] "실제 횡령액, 기소 내용보다 훨씬 커" - 김영균기자
<전문> 오웅진 신부 횡령 혐의 등 '수사개요' - 오마이뉴스
청주교구 "검찰 수사 매우 편파적" 반발 - 김영균기자


물론 오마이뉴스의 70여차례 꽃동네관련 기사에서 본 사건의 발단인 "태극광산의 진정 및 고소고발"을 다룬 기사는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며 그나마도 기사중에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에 불과하였다.

또한 오마이뉴스는 연일 꽃동네 관련 특집기사를 메인화면에 올리며 여론몰이를 한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의 반발에 "오신부 개인의 비리문제라고 생각하며 꽃동네에 피해가 없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집자주를 달아두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였다. 꽃동네에는 후원금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자원봉사의 발길이 뜸해졌으며, 사회적으로도 꽃동네의 특성(더이상 갈 곳 없는 버려진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문을 열어주는 곳이며 조건없이 받아주는 곳이라는)에 대한 이해도 없이 외형만으로 꽃동네를 비난하며 대형복지시설을 해체하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서슴치 않고 등장하였으니 꽃동네 식구들의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이러한 여론지향성 기사들에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도 한몫 하였다. 꽃동네사건이 여론화될 무렵의 충주지청장인 김규헌검사는 수시로 기자들을 모아놓고 사건브리핑을 하는 등 범법행위를 일삼았고, 오마이뉴스의 기사에는 검사가 피의사실을 공공연히 공표하였다는 사실은 물론 사적인 통화등의 방식으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수시로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을 건네왔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사건이 큰 파장을 몰고 왔던 것은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커다란 비리가 터지지 않는 대형 종교단체에 대한 사회대중의 막연한 의구심, 그리고 때맞춰 접수된 꽃동네라는 국내 최대규모의 사회복지시설의 비리관련 제보, 그에 따른 검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특종의식에 사로잡혀 르뽀기사를 남발한 언론들과 맹목적인 네티즌들이 합작하여 만든 작품이 초대형 히트를 쳤기 때문인데 이는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한탕주의와 그 결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간과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언론이 보도하면 여론은 수용해버린다. 더구나 그 언론이 도덕적으로 믿을만하고 대중적인 언론이라면 그 영향력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만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무차별적인 말잔치가 거기에 양념을 치고나면 사건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꽃동네사건의 경우에도 오마이뉴스의 집중보도로 "종교인의 추악한 몰락"이 기정사실처럼 되어버린 후 온갖 언론에서는 복지시설 관련 기사에서 "꽃동네사건에서 보듯이..."운운하는 기사를 아무 거리낌 없이 인용하는 것이다. 노혜경시인이 월간 아웃사이더에 기고하였던 기사나 진보논객 진중권씨의 경우처럼 인터넷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가 특히 두드러진다.

꽃동네사건의 1심선고는 아무리 뜯어보아도 필연적인 귀결이다. 아니 어쩌면 꽃동네만한 거대규모의 복지시설에서 이정도의 작은 비리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이다.

꽃동네사건에서 꽃동네의 편에 섰던 많은 네티즌들은 오마이뉴스의 열렬한 독자들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가 자신들의 오보를 솔직히 인정하고 언론으로써 모범을 보여준다면 우리나라 언론사에 있어 가장 획기적인 역사의 획을 긋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당넷)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