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전부이신 당신께
어떻게 당신의 모습을 그리오리까?
얼굴도 모습도 모르는 당신
당신이 누구시라고 어떻게 말하오리까?
제가 만나는 사람들 중의 하나도
관념 안에 머무는 존재도
상상 속에 떠다니는 허상도
어느 부분도 아니시면서
존재하시는 당신.
당신은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존재하시며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계십니다.
당신은 사랑이라는 망토로 저를 감싸 안으시기에
단 한 순간도 당신의 시야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느 연인보다 따사롭고
저 자신보다 저의 내면을 잘 아시는 당신.
제 사유와 언어는 다만 저에 대한 당신의 사유와
저의 마음에 속삭이시는 당신 언어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당신은 저의 깊숙한 내면으로부터
당신의 모습을 찾도록 저를 움직이십니다.
언제나 저를 앞서가 기다리시는 당신.
당신은 사랑만이 마련할 수 있는 놀라움으로
길목마다 숨어 계십니다.
당신은 산정의 샘 사랑과 나눔의 원천이십니다.
연인이신 당신은 저를 이끄십니다.
당신이 감추어두신 황홀함과 평화로움의 산정으로...
당신의 모습을 천 개의 가면 뒤에 숨기시는 까닭은
새롭게 당신을 발견하는 기쁨을 제게 주시려는 것입니다.
당신의 모습을 잡았노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당신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십니다.
불가사의한 신비 끝없는 의문이며 황홀한 침묵
제 마음의 연인이신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어떻게 당신의 얼굴을 그리오리까?
어떻게 당신의 모습을 말하오리까?
하지만 저의 사유를 바람에 던지렵니다.
제게서 당신을 가로막을 장막은 없기에
당신을 수식하는 의상도 무대 장치도 치우렵니다.
당신의 빛이 너무 눈부시고
당신의 사랑이 너무 강렬하여
다만 눈을 감고 더듬거립니다.
거기, 당신의 현존이
가만히 저를 어루만집니다.
조만나스 신부님의
'햇살처럼 비껴오시는 당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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