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rd/† 주님의 사랑..

그대여, 그 사랑으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ohjulia 2006. 3. 20. 05:13
고향으로(그리스도의 향기)

그대여, 그 사랑으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또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사순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요. 해마다 다시 돌아오는 절기이지만, 해마다 누리는 은총의 깊이가 적어도 신앙의 연륜만큼씩은 달라져야 할 텐데요. 올 사순절 묵상 주제를 이렇게 정해 봤어요. ‘예수님 마음으로 세상을 느끼기, 예수님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기.’ 어때요? 너무 경건한가요? 제 맘에는 쏙 든답니다. 말만 그럴 듯하게가 아니라, 늘 노력해 볼 심산이에요. 좋은 글을 읽었어요. 제 강의에 오시는 자매님이 직접 묵상했다며 전해 주었는데, 여운이 잔잔했답니다. 읽기에 편하도록 좀 각색해서 소개할게요. 제목은 ‘목련꽃의 사순 시기’입니다. 베란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봄의 교향악’이 울러 퍼지는… 사과 꽃, 산수유, 겨자색 꽃 그리고 물이 오른 목련… 행복한 마음으로 봄을 즐기고 있는데, 새 두 마리가 휘-익 목련 가지에 앉았다. 어머, 한 폭의 동양화네, 쟤네들은 데이트를 어떻게 하나 싶어 구경하다가 깜짝 놀라서, 유리창을 열고 훠이 훠이 저리가 하며 소리를 질렀다. 연하디 연한 꽃잎을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서 날려 버리는 것이 아닌가. 조금도 아니고 한 가지에 앉으면 쭈르르 다 훑어서 없으면 다른 가지로 옮겨가며 이제 터트리기도 전의 망울을, 저항도 할 수 없는 그 여린 잎을 포획자의 횡포가 이어지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어린 딸” “위안부 할머님들의 성” “폭격 맞은 바그다드” 그 자체. 그 순간부터 새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새총을 만들고 긴 막대 대신 커텐봉을 빼가지고 활짝 꽃이 피기까지 2주 정도를 그렇게 싸웠지만, 막대기가 닿지 않는데서 실컷 쪼아버리고는 날아가는 새들. 한계를 느꼈다. 찢겨 떨어지는 하얀 꽃잎에서 “받아먹어라, 이것은 나의 몸이다”. 목련나무는 아파하며 떨어지는 꽃잎을 소리 없는 눈물로 바라봐야 하는 모성이었다. 채찍과 모욕과 옷 벗김을 당하신 예수님을, 피눈물 나는 가슴으로 바라봐야 하는 성모님이었다. 그렇게 삶의 자리에서 먹히고 또 먹히면서도 멈추지 아니하는 사랑이었다. 봄의 여왕이라 불리는 목련과 평화의 상징이라 알고 있던 새를 보면서 작은, 그러나 값진 깨달음을 얻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구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알아야겠구나! 거저 주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구나!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는 아픔, 희생도 볼 수 있어야겠구나! 그대여, 목련도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었군요. 비단 목련만이 아니겠지요. 대자연이 저런 아름다운 아픔과 희생과 나눔으로 생명의 순환을 이루고 있지 않나 싶어요.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뜬금없이 하느님 사랑이 느껴져 옵니다. 깨달아져 오는 것이 아니라 느껴져 옵니다. “주님의 자애는 다함이 없고 그분의 자비는 끝이 없어 아침마다 새롭다네. 당신의 신의는 크기고 합니다”(애가 3,22-23). 그대여, 그 사랑으로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 차동엽 노르베르토 신부님/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서울 주보에 실린 신부님의 묵상글을 정리해 봤습니다. 새로히 시작하는 한 주도 주님 안에서 평안하소서. Meditation-Yir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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