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ing/떠나고 싶어서

황매산 철쭉을 찾아서

ohjulia 2006. 5. 15. 04:24
지난해 이맘때 만개한 황매산 철쭉길을 걷는 상춘객. 작은사진은(합천군청 제공)
지난해 이맘때 만개한 황매산 철쭉길을 걷는 상춘객. 작은사진은(합천군청 제공)
합천영상테마파크내 세트장.
합천영상테마파크내 세트장.

하늘서 내려다보면 白龍 박힌 水石처럼 보여

여행과 관광의 차이점은 뭘까?

여행은 '길 밖', 관광은 '길의 몫'인지도 모른다.

거미줄망처럼 확충되는 도로망,

세상은 나그네가 점점 진정한

여행을 만끽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합천에서 잠시 길을 잃어보기로 했다.

합천(陜川).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꼭 백룡(白龍)이 박힌 수석(水石) 한 점처럼 보인다.

북쪽엔 길이 4㎞의 홍류동 계곡이 가야산을 휘감고 있고,

중앙부 왼쪽에는 합천호,

오른쪽에는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황강(黃江)이 앉아 있다.

 합천호가 용머리,

황강은 용의 몸통 같다.

예전엔 합천에 간다고 하면

무조건 해인사에 가는 것으로

인식됐다.

솔직히 가야산 해인사 관광권은

너무 만개한 것도 사실이다.

해인사가 조금 휴식을 취하는 사이

1989년 완공된 합천댐 덕분에

합천에 새로운 관광타운이 나타났다.

황강·합천호·황매산 도립공원,

이 셋이 꼭 '홍탁3합'을 연상시키는 관광벨트로 성장한 것.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합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88고속도로는 좁다.

꼭 지방도 수준이다.

현재 확장 공사 중이라서

운전하기 피곤하다.

1시간 정도 걸려 합천읍 터미널에 도착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88고속도로를 타고

고령 IC로 들어와 지릿재를 넘어 합천 방면으로 가면 된다.

해인사로 갈 사람은 해인사 IC로 나오면 된다.

합천읍 황강교(일명 큰 다리) 앞에서 우회전하면 풍경의 질감이 확 달라진다. 왼편에 잘 가꿔진 강변 녹지가 보인다. 바로 주말 나들이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축구장 등 다양한 생활체육 시설이 갖춰져 있는 '새천년 생명의 숲' 이다. 합천은 국제 규격의 축구장을 무려 8개나 갖추고 있어 전국규모의 고교축구대회까지 열 수 있다. 황강에선 전국에서 유일하게 2개의 테마 마라톤 행사가 봄과 여름에 열린다. 매년 4월초 황강변에서 합천댐으로 이어지는 100리 벚꽃 길, 여름엔 수심 낮은 황강에서 황강수중마라톤 대회도 열린다.

영상테마파크…"이젠 해인사보다 더 유명"

요즘 합천에선 한 편의 영화 때문에 살 맛이 난다. 그 영화는 뭘까. 2004년 2월5일 개봉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이 영화는 관람객 1천만 명 시대를 열어 국내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고양시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합천을 '영화 촬영의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합천군 관광 관계자를 만나면 대뜸 "합천영상테마파크를 아느냐"는 질문부터 한다. 홍보 1순위가 해인사에서 이곳으로 바뀐 것 같다. 읍내 가로수 국기 게양대에 영화 속 장동건과 원빈의 사진이 찍힌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화 포스트가 꽂혀 있다.

용주면 가호리 영상테마파크로 갔다. 3년전부터 그 영화 촬영 세트를 보려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붐볐는데 요즘은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수학여행단 등을 실은 관광버스가 줄지어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영화 세트장만 있는 게 아니고 연초에 방영된 KBS대하드라마 '서울, 1945' 촬영 세트장까지 합쳐져 더 인기를 끈다. 관람객이 많을 때는 6천 명에 육박한다.

합천읍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 오면 평양에서 경성까지 과거로의 시간 속으로 갈 수 있다. 2만여평 크기의 세트장은 2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입장하면 먼저 영화 세트장부터 만난다. 탱크, 군용지프, 증기기관차, 원형 곡마단 천막 등 모두 40채로 6·25 때 평양거리를 재현해놓았다. 관람로를 따라 걸으면서 영화 속에 실렸던 음악을 음미해본다. 땅에 처박힌 여러 동의 세트가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여기가 세트장인 줄 모르는 나이든 관람객들이 정색을 하고 "왜 집을 새로 짓지 않느냐"며 항의성 주문을 한다. 그러자 관계자들이 빙긋이 웃으며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중문을 통해 나가면 광복 직후의 경성(京城) 시가지가 나온다. 경성역, 반도호텔 등 100여채의 건물을 배경삼아 관람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시간 체험 때문인지 관람객들의 표정에 호기심과 감회가 교차한다.

합천군은 향후 먹고·보고·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촬영이 끝나는 즉시 이곳에 관광용품과 합천 특산품은 물론 각종 이벤트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 합천 가는 길

승용차를 타고 가는 게 낫다. 차가 없으면 서부정류장(656-2824)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된다. 첫차 6시, 30분 간격으로 떠나며 막차는 밤 10시. 합천 터미널(931-4456)에서 완행 서흥여객버스를 타면 30여분 만에 합천댐에 내려준다. 요금은 어른 1천400원. 바람흔적 미술관으로 갈 경우 터미널에서 덕만행 버스를 타야 한다. 오전 7시30분, 오후 1시20분 두 번 운행한다. 택시를 이용하면 합천댐까지는 1만5천원선. 터미널에서 대구 가는 첫차는 오전 6시, 막차는 오후 8시30분. 합천 관광 문의(055)930-3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