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사랑하는 이들의 글

담양 명옥헌원림

ohjulia 2006. 9. 17. 02:47

담양은 정자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다. 소쇄원을 비롯해 면앙정, 식영정, 송강정, 명옥헌, 독수정 수많은 정자가 남아 있다. 땅이 기름진 탓에 부유한 지주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사화를 겪으면서 고향에 돌아와 정자와 원림을 지었다. 정자 둘레엔 100 수령의 배롱나무 수십 그루가 울창한데, 한창 만개할 때는 정자는 보이고 오로지 불그레한 꽃잎만 장관을 이룬다. 소쇄원과 더불어 아름다운 민간 원림으로 꼽히는 이곳은 오희도(15831623) 자연을 벗삼아 살던 곳으로, 아들 오이정(16191655) 명옥헌이라 이름지었다. 명옥헌은 배롱나무가 아름답다. 계곡수가 청아하게 부딪치는 소리를 내는 정자라 하여 명옥헌(鳴玉軒)이다. 청아한 선비들은 한여름 내내 붉은 꽃을, 마음 산란하게 하는 꽃을, 주위에 그토록 심어 놓았는지. 절집의 스님들도 석탑 옆에 하안거 선방 뜨락에 붉은 나무들을 심어 놓았는지. 붉어서 아픈 마음 인두로 다시 지지는 고행인지. 죽은 이의 무덤가에는 붉은 꽃을 심어 놓은 것인지.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같은 사람 없는 아니어”(도종환, ‘목백일홍부분)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이성복, ‘ 여름의 전문)

 

자기 살을 자기 손으로 떼어내며/ 백일홍이 지고 있다// 백일홍은 / 자기 연민도 자기에 대한 증오도 없이/ 자신한테 버럭 소리 한번 지르지도 않고/ 뚝뚝, 지고 마는가// 여름 한낮, 몸속에 흐르던 강물을/ 울컥울컥 토해내면서/ 마리 혼절한 짐승같이 웅크리고 있는 나무여// 아직도 너에게 기대어/ 몸을 마구 비벼보고 싶은데/ 혼자서 피가 뜨거워지는 일은/ 얼마나 두렵고 쓸쓸한 일이냐/ 女中生들이 몰래 칠한 립스틱처럼/ 꽃잎을 받아먹은/ 지구의 입술이 붉다// 어떤 고백도 맹세도 없이/ 여자를 사랑해야 하는 날이 오느냐”(안도현, ‘20세기가 간다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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