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상 10월 4일
알 필요가 있는 것
당신이 꼭 어떤 사람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당신이 꼭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 세상에 당신이 꼭 소유해야만 하는 것도 없고
당신이 꼭 알아야만 하는 것도 없다.
정말로 당신이 꼭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을 만지면 화상을 입고
비가 내리면 땅이 젖는다는 것쯤은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류시화의 잠언시집 중에서-
*
무엇이 되고,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삶은 어지럽게 시작되고 있다.
평생을 그 짐을 지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훌훌 털어내고 나비처럼 날아오를 수 있다면
그는 진정한 자유인일 것이다.
소박하고 단순하고 무욕함 속에 자유가 있다.
비록 땅을 딛고 서 있어도 하늘을 바라보리라.
날개가 없어도 날아오르는 꿈을 꾸리라.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까닭은
강물이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천 상병
* 이 시는 밴쿠버에 사시는 이혜림 님이 보내오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