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상 5월 16일
나와 함께 다른 한 사람이 동시에 한 나무를 보고 있다.
내가 보는 나무와 그가 보는 나무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나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나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내 자신도 또한 모른다.
나무의 실상은 누구도 볼 수 없고
나무의 실상을 알고, 모른다는 차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분명한 것은 나무가 거기 있고
나와 그가 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
인간은 사물의 실상을 감각기관을 통해 인식할 수밖에 없다.
감각이라는 필터를 통해서 감각기관의 기능적인 한계 내에서 만이 인식이 가능하다.
이렇게 알게 된 것을 실상이라고 할 도리가 없다.
사물의 일부를 파악하고 그 나머지를 관념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빈약하고, 너무나 불확실하다.
이러한 까닭에 겸허함을 바탕에 깔지 않으면 일어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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