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상 12월 14일
<병역을 거부했던 농부 올리호비크의 편지>
1895년 10월 15일 나는 징병검사를 받으라는 통지를 받았다.
징병사령관이 나를 사무실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선서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누가 너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는가?”
나는 대답했다.
“성서를 읽으면서 스스로 배웠습니다.”
징병사령관이 말했다.
“네 스스로 성서를 그런 식으로 이해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성서는 무척 난해하거든.
성서를 이해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해.”
이 말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도는 특별히 어려운 것을 가르치려 한 것이 아닙니다.
그 증거로 가장 신분이 낮고 배우지 못한 문맹자들도 그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징병사령관은 한 병사에게 나를 부대로 보내라고 하였다.
그곳에서는 병사들이 모두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가 끝난 뒤 그들은 나에게 왜 선서를 하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말했다. “왜냐하면 복음서에 절대로 맹세하지 말라고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깜짝 놀랐지만 곧 이렇게 물었다.
“정말 복음서에 그런 것이 적혀 있다는 말이지? 그럼 어디 한번 찾아봐.”
내가 그 부분을 찾아내 읽어 주자 모두들 귀를 기울였다.
“아무리 그렇게 적혀 있어도 역시 선서를 하지 않을 수는 없어! 그렇지 않으면 고통을 받게 될 거야.”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의 생명을 버리는 자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그 뒤에 나를 다른 젊은 병사들의 대열에 집어넣고, 우리에게 군인 복무규정을 설명했다.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하나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어째서?”하고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그리스도교도로서 나는 총을 들고 적으로부터 나를 지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말했다. “아니, 너 혼자만 그리스도교도란 말이냐? 우리도 다 그리스도교도란 말이야.”
나는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리스도가 지금 내가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행하라고 말씀하신 것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또다시 “만일 네가 끝까지 병역을 거부할 경우, 우리는 너를 감옥에 가둘 것이다.”라고 말하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좋을 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나는 군대에 복무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군법 회의가 열렸다. 장군이 장교들에게 말했다.
“그놈의 애송이가 병역을 거부하다니, 대단한 신념을 가졌군 그래!
(마치 저 혼자서 그리스도교도 인양, 가장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르고 있는 양 행동하고 있네.
우리도 성서는 수없이 읽어본 사람들인지 모르나.)
수백 만 명이 복무하고 있는 판에 저 혼자 거부해? 그자를 채찍으로 실컷 때려주면 그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겠지.“
올리호비크는 죽도록 매를 맞고 결국은 야쿠츠크 주로 유형을 당했다.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
독실한 그리스도교도들은 '성경말씀'대로 산다고 말한다.
성경말씀 중에 얼마나 많은 하지 말라는 것을 하고 있으며
성경말씀 중에 얼마나 많은 꼭 하라는 것들을 하지 않고 있는지 모른다.
전쟁, 살인, 폭력, 절도, 사기, 이혼, 낙태, 거짓말, 헛된 맹세, 가엾은 자에 대한 무관심,
이 모든 것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자기 홀로 따스하고 배부르면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서 남에게서 뇌물을 받고,
자격 없는 직불금을 받으면서도 태연하게 그리스도교도를 자처한다.
** 직불금 - 수입농산물로 인해 생기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지급한 돈인데, 돈이 있어 땅을 산 사람이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가로채서 자기 배를 불린 것이다. 이것은 숱한 일중에 한 예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