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안의 벽
우리 밖의 벽
그 벽을 그토록
허물고 싶어 하던 당신
다시 태어난다면
추기경이 아닌
평신도가 되고 싶다던 당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 땅엔 아직도
싸움과 폭력,
미움이 가득 차 있건만
봄이 오는 이 대지에
속삭이는 당신의 귓속말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조선일보, 법정스님 특별기고 - 김수환 추기경을 떠나보내며
*
약 25년 전 장애자 복지회관에서 김추기경님을 가까이서 뵈었다.
"여기는 천국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곳입니다.
왜냐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죽으면 곧 바로 천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자들을 위한 이 보다 더한 격려가 있겠는가 하고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몇 년 전 이곳 써리에 있는 김대건 성당에서 다시 뵈었을 때는 무척 노쇠한 모습이라
건강이 염려되었었는데 추기경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동안 창밖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인생을 80이 넘도록 살고도 '나는 무엇인가'하고 물으셨다는
그 분의 겸허함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