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오늘의 단상 (심현섭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ohjulia 2009. 2. 22. 16:13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안의 벽

우리 밖의 벽

그 벽을 그토록

허물고 싶어 하던 당신


다시 태어난다면

추기경이 아닌

평신도가 되고 싶다던 당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이 땅엔 아직도

싸움과 폭력,

미움이 가득 차 있건만


봄이 오는 이 대지에

속삭이는 당신의 귓속말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조선일보, 법정스님 특별기고 - 김수환 추기경을 떠나보내며




 
*
약 25년 전 장애자 복지회관에서 김추기경님을 가까이서 뵈었다.
"여기는 천국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곳입니다.
왜냐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죽으면 곧 바로 천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자들을 위한 이 보다 더한 격려가 있겠는가 하고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몇 년 전 이곳 써리에 있는 김대건 성당에서 다시 뵈었을 때는 무척 노쇠한 모습이라
건강이 염려되었었는데 추기경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동안 창밖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인생을 80이 넘도록 살고도 '나는 무엇인가'하고 물으셨다는
그 분의 겸허함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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