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주간 월요일>(2011. 1. 10. 월)(마르코 1,14-20) <왜 따라갔을까?> 예수님께서 여러 제자들 중에서 열두 명을 특별히 따로 뽑으신 것은 그들에게 뭔가 특별한 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의 특별한 점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수님만의 어떤 기준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기준이 학식이나 직업이나 가문 같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여간에 우리 눈에는 잘 안 보여도 예수님 눈에는 보이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사도로 뽑으셨습니다. 우리에게도 각자 자기만의 특별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시는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기 자신을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겸손과 열등감은 전혀 다릅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항상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어야 하지만 열등감에 빠지지는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 등을 돌리지 않는 한 우리는 누구나 예외 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니 하느님 앞에서 겸손하면서도 자긍심을 갖고 당당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을 읽게 되면 늘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제자들은 왜 예수님을 따라갔을까?" 대개는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순종했던 자세를 본받자는 말만 하고 그냥 넘어갈 때가 많은데,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입니다. 왜 그들이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는지, 왜 순종했는지, 그걸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에서 실질적으로 첫 번째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아브라함입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고향과 친족을 떠나서 새로운 땅으로 가라고 하셨을 때, 아브라함은 그 말씀에 순종하고 고향을 떠납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경우에는 부르심에 응답하면 받게 될 '복'이 길게 설명되어 있습니다(창세 12,1-3). 아브라함은 그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응답한 것입니다. 구약성경에서는 하느님께서 누군가를 부르실 때에는 해야 할 일과 받게 될 ‘복’을 미리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제자들을 부르실 때에는 "나를 따라오너라." 라는 명령만 하셨습니다.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라는 말씀을 하시긴 했는데, 그것은 해야 할 일을 말씀하신 것이고, 제자들이 받게 될 복을 말씀하신 것은 아닙니다. 그 두 가지 말씀 외에는 다른 말씀이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경우에는 더 심합니다. 바오로가 처음 부르심을 받을 때 들었던 말은 예수님 때문에 많은 고난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제자들이 내세에서 많은 복과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듣게 되는 것은 제자가 되고나서 한참 지난 뒤의 일입니다. 제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예수님을 따라간 것일까? 왜 따라갔을까? 나중에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합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무엇을 받겠습니까?(마태 19,27)." 베드로의 질문을 보면, 제자들이 뭔가를 받기를 기대하고 예수님을 따라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세속적인 부귀영화는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이 사업가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었으니 제자들이 그런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높은 자리 한 자리씩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역시 세속에서의 높은 자리를 부탁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는 말을 제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그 일이 세속적인 출세나 부귀영화 같은 것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어떻든 사도들이 세속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 하느님 나라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을 기대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들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부터 그런 것을 갈망했고,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이 부르시기 전에 제자들이 먼저 예수님을 찾아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자들은 자기들이 바라는 그런 삶을 예수님만이 주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자마자 즉시 따라나선 것입니다. 인생에는 수많은 길이 있습니다. 무엇을 바라고 사느냐에 따라서 선택이 달라질 것입니다. 사도들이 예수님을 따라간 일이 믿음 없는 사람들 눈에는 어리석은 선택으로 보일 수도 습니다. 그러나 사도들 자신들은 최상의 선택이라고 믿고 따라갔고, 유다 외에는 모두 자기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열정적으로 그 길을 걸어갔습니다. -------- 전에는, 왜 신부가 되었느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요즘에는, 신부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늙었다는 표시인지...) 태울 수 있는 대로 다 태우고, 타고 남은 재까지 마저 다 태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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