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오늘의 강론

등불

ohjulia 2011. 1. 27. 14:21






    <연중 제3주간 목요일>(2011. 1. 27. 목)(마르코 4,21-25)

     

    <등불>

     

    요즘에 군부대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가톨릭 교리서를 보니

    표지가 어떤 연예인의 사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녀 배우가 미사포를 쓰고 기도하는 사진입니다.

    (실명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그 배우가 공주 역할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방송 중입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아주 오래된 성당이 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성당인데

    그곳에서 드라마를 촬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 성당의 주임신부님은

    사제관을 주연배우들의 대기 장소로 빌려주고,

    교육관은 스태프와 단역배우들의 대기 장소로 빌려주었습니다.

     

    아까 말한 바로 그 여자 배우가 주연이었는데,

    그 여자 배우가 사제관에 들어섰을 때

    그 신부님은 화면으로만 보던 그 여자 배우가

    실제로도 너무 예뻐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 배우는 사제관에 들어서서 주임신부님을 보자마자

    고해성사를 보고 싶다고 말했답니다.

    촬영 스케줄 때문에 성당에 자주 가지 못했다고 하면서.

     

    그래서 그 여자 배우가 촬영장에 도착해서 첫 번째로 한 일은

    바로 고해성사를 보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 신부님이 저에게 하신 말씀,

    "얼굴만 예쁜 줄 알았는데, 그 마음과 신앙심이 너무 예쁘더라."

     

    그러니 군부대에서 교리서 표지 사진으로 쓸 정도겠지요.

    군인들이 이제는 초코파이가 아니라

    그 배우의 사진 때문에 천주교로 몰려든다는 소문도 있답니다.

     

    사실 연예인이 신자라는 것은 양날의 칼 같은 것입니다.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역시 천주교 신자다, 라는 말을 듣겠지만,

    스캔들이나 일으키고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무슨 천주교 신자가 저러냐? 라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서 천주교 전체가 욕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안 좋은 말을 듣는 연예인 신자는

    등불을 함지 속에 감춰 두거나(마르 4,21) 아예 등불을 꺼버리는 사람입니다.

    반대로 좋은 말을 듣는 신자 연예인은 모든 사람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연말에 가요 시상식 때에 수상 소감을 말하는 순서에서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시작하는 가수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들이 속한 종파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건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수들을 우상 숭배하듯이 따라다니는 청소년들을 생각한다면

    가수들이 자기의 신앙을 맨 앞에 내세우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연예인이 쉬는 날이나 주일에

    성당이나 예배당에 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과

    그냥 세속적인 유흥이나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입니다.

     

    이런 일이 어디 연예인들에게만 해당되겠습니까?

    정치인, 스포츠 선수, 그리고 모든 분야의 모두에게 다 해당되는 일입니다.

    선교활동은 말로만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삶의 모습 자체가 곧 선교활동이 되어야 합니다.

     

    요즘 정치인들 중에 자기 종교를 너무 내세우면서 욕을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치도 잘못하면서 신앙생활은 더 잘못하는 모습들입니다.

    그런 등불이라면 그냥 꺼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정치도 잘 하고, 신앙생활도 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앙인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모두 세상의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가정, 직장, 학교...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상관없이

    신앙인은 신앙인이기 때문에

    신앙인으로서 자기가 있는 곳을 밝게 하는 등불로 살아야 합니다.

     

    신자라는 것을 감추는 것은 죄입니다.

    그런데 드러내긴 하는데 나쁜 말만 듣는다면 그건 더 큰 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세상의 등불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더 큰 은총을 받게 될 것이고,

    더 밝은 빛으로 타오르겠지만,

    등불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그 빛을 잃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등불 역할 자체를 빼앗길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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