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사랑하는 이들의 글

일주일에 한 번, 그 소중함 (요세피나)

ohjulia 2005. 8. 23. 13:13

 

 

죽은 듯 침묵으로 겨울을 버티었던 잿빛 가지들은

어느덧 연하고 연한 연두빛 옷으로 단장을 하고 인사한다.
그 인사하는 눈 웃음에 내 속에 잠자던 희망들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대자연의 신비로움 앞에 겸손함을 배우게 하니

참으로 멋진 세상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다.


봄이 오면 내 고향 언덕을 덮었던 노란 개나리꽃이 그리워지고,
유채꽃 넘실대던 바다 같은 들판이 왜 이리도 그리워질까.
태평양 건너 멀고 먼 낮선 곳에 때론 이방인이 되어 살아가는 지금은
그 노오란 그리움에 진한 향수를 안고

가끔은 가슴시린 보고픔에 슬퍼지기도 한다.


외국에 나오면 누구나가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타국에서 겪는 외로움과 설움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가끔 구박했던 내 조국을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멀고먼 알라바마 나의 고향은 그곳...
그렇게 노래의 한 구절로 기억되어진 구석진 그 도시에

자리 잡은 지도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곳에 뿌리 내리고 사는 한인들도 있지만
나 처럼 옆지기 따라서 기약 없이,
혹은 몇 년 기약으로 온 가족들이 많은데
얼마간 머물다가 돌아가야 한다는 게
여러 가지를 더 힘들게 만드는것 같다.


모든 것이 낮선 이곳에서 남편은 직장 일에 늘 매달려있고,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신기할 정도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데
문제는 엄마...나라는 사람이다.
언어 때문에 겪는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이 외로움의 탑을 높게 만들고
그 언어로 인한 답답함은 종교생활도 목마르게 만들었다.
매달리고도 싶고 투정도 부리며 허전한 가슴 한켠에서 불어오는 시린 바람을
주님의 사랑으로 덮고픈 미사시간에도
파란 눈의 미국 신부님이 들려주시는 이해 못할 이야기를 들으며 달래야 하니...
주님을 부르는 나의 입술은 콧등 시린 애잔함으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해야 할 것은 한 달에 한 번,
먼 길 마다않고 달려오셔서 들려주시는 미카엘 신부님의 강론말씀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주는지...
예전에 감사할 줄 모르고 드렸던 미사시간의 소중함을 세삼 느끼게 만들었다.
신앙생활의 목마름이 어디 나 뿐이랴.
갓 영세 받은 새 신자들도 그러하고
어디 마음 열어 기댈 곳이 별로 없는 우리 모두가 그러할 거다.

그렇게 무엇인가를 그리는 그 마음들이 모여 만든 기도모임.
서로의 마음 열어 주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모인 우리는
힘든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위해서 기도해 주고,
묵주기도 바치고, 복음 말씀을 읽고 나누며 자신의 신앙고백도 하였다.


셋, 넷 아니 다섯 명 정도 모일까 했었는데

여덟 명이 모이고 다음에 열 명이 모이고 또 다음에 열 네 명이...
첫 시작은 작고 작은 것이었지만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곳에

보여주시는 그 힘의 놀라움을 느끼면서
함께하는 기도 속에 열리는 마음들이

이젠 보고픔으로 기다려지는 시간이 된 지 넉 달이 다 되었다.


우리가 엮어가는 기도의 구슬로 정성스럽게 쌓은 우리의 집에 함께 하시는
사랑하는 우리의 아버지 하느님과 성모어머님...
부족하고 작은 우리의 모습을 곱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보고 계신다는 느낌에
우리는 마냥 행복해진다.


우리 이웃의 아픔을 함께 기도하고, 내 조국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가 나누어야 할 곳이 있음을 기억하여 서로 함께하는 소중함속에
나는 너무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배우고 있다.
복음 말씀 읽고 서로가 나누는 시간 또한 마치 대학 강의실에서 토론하듯이
진지하고도 고요하게, 편안하고 풍성한 나눔으로 꽃피우고 있으니
그 향기가 하느님 보시기에도 즐거우시리라 믿는다.


사람 人 이라는 한자는 하나가 아닌 서로가 기대어서 이루어진

너무나도 아름다운 관계라 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관계로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배우고 느끼며 사랑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내 그리움의 배경처럼 내 마음에 비춰진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를 이 멀고 먼 곳에 머물게 하시며 더 큰 사랑으로 가르쳐주시고 계시는 듯하다.
일주일에 한 번...그 소중한 시간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우리는 오늘도 하늘을 향해 미소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