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stance/▲ 사랑하는 이들의 글

겨울나무 이야기 - 작품 (요세피나)

ohjulia 2005. 9. 13. 14:31

                                                               겨울나무 이야기

 



                                                                겨울나무 이야기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있는 친구가 보고싶고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시간 아껴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때마다
한 웅큼의 시들을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가을은 깊어가네

- 이해인 -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옷깃을 여밀때면 때이른 겨울을 떠올려 본다.


계절이 주는 의미는 그 나름의 뜻과 맛이 있어서 좋은것 같다.


아주 가끔, 남들은 세상을 알아가고

 

자신이 성숙해 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 하는 자신만의 아픔을 느낄때-


그 아픔은 자신의 살을깍아 세상과 타협하는 과정인것도 같다.


난 그 타협이 너무도 하기 싫어 가끔 가슴앓이를 해 보지만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은 누구도 막지 못하는 순리인것 처럼

 

나 또한 그 흐름에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


사 계절, 그들만의 색이 있어 다 좋지만 나는 겨울을 특히 좋아한다.

 

늦가을,  나무들이 옷을 벗어 던질즈음에 드러나는 그 앙상한 가지들의 풍경이

 

유난히 좋아 그 계절이 오면 보온병 가득 커피를 채우고

 

누군가에게 홀린 사람처럼 들판으로 산으로 찾아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황량한 벌판처럼 앙상한 가지에 마른 바람이 불어 올때면

 

내 마음에도 스며든 스산함으로 혼자 방황하기도 했던 시간들...

 

지금은 너무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내게 추억을 준다.

이맘때가 되면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가장 짧은 시간에 느낄 수 있는 시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그 모습들 뒤에 펼쳐진 그 하늘빛 또한

 

놓치고 싶지않은 고운 풍경들이다.

 

겨울이면 더욱 힘들어 지는건 가난한 사람들이기에 아름다운 느낌 뒤에는

 

늘 무거운 마음이 숨겨져 있다. 

 

내가 누리는 정신적인 향기까지도 미안해지는 시간...

 

그들이 따뜻한 겨울을 지내게 해 달라고 한 번 더 기도했었다.

 

겨울 나무들이 들려주는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세상을 들여다 보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