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ord/† 주님의 사랑..

이제 더이상은 안 된다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님)

ohjulia 2005. 10. 21. 00:06

    그때에 예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이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또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오면 ‘날씨가 몹시 덥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다. 이 위선자들아, 너희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알면서도 이 시대의 뜻은 왜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너를 고소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길에서 화해하도록 힘써라. 그렇지 않으면 그가 너를 재판관에게 끌고 갈 것이며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주고 형리는 너를 감옥에 가둘 것이다. 잘 들어라. 너는 마지막 한 푼까지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풀려 나오지 못할 것이다.” (루가 12,54­-59) 이제 더이상은 안 된다 9·11테러로 촉발된 죽고 죽이는 폭력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끝간 데 없는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고귀한 생명들이 죽어가고, 평생을 쌓아온 삶의 터전이 무참히 파괴되고 있다. 백성들이 부르짖는 신음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제 더이상은 안 된다. 그 어떤 명분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예서 그쳐야 한다. 이는 시대의 뜻 (루가 12,56 참조)이며 거역할 수 없는 하느님의 준엄한 명령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반전여론이 드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시한’이란 중년 여인 때문이란다. 그는 2004년 4월 바그다드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설립한 ‘평화를 위한 전사자 유가족 모임’ 대표로 반전운동에 앞장서 왔는데 올 8월 6일부터 야만적인 전쟁 종식을 위해 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하며 아예 크로포드 목장 앞에서 홀로 밤샘 시위를 한다고 한다. 그런 그의 행동이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고 이곳저곳에서 동조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외치고 있다.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전쟁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죄악임을, 또한 세상의 참된 평화는 싸움과 폭력이 아닌 사랑과 용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결국 이는 어둔 세상에 빛을 비추는 일이요, 시대의 뜻을 헤아리는 의로운 행위이자 주님께 받은 은혜를 되돌려 갚는 참된 신앙의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오늘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마태 5,38 참조)가 아닌 참된 화해와 용서를 통해 주님 보시기에 좋은 자녀로 거듭나겠노라고 다짐하자.
    고향으로(그리스도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