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ily/★ 빠다킹 신부님과 새벽을..

축일 맞이하시는 분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시다. 정병덕 라파엘 신부, 축하해~~~

ohjulia 2006. 9. 29. 10:11
2006년 9월 29일 성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

제1독서
다니엘 예언서 ,9-10.13-14
9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옥좌들이 놓이고 연로하신 분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고, 머리카락은 깨끗한 양털 같았다. 그분의 옥좌는 불꽃 같고, 옥좌의 바퀴들은 타오르는 불 같았다. 10 불길이 강물처럼 뿜어 나왔다. 그분 앞에서 터져 나왔다.
그분을 시중드는 이가 백만이요, 그분을 모시고 선 이가 억만이었다. 법정이 열리고 책들이 펴졌다.
13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14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복음 요한 1,47-51
그때에 47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이 당신 쪽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그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48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하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하고 대답하셨다.
49 그러자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50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에게 이르셨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51 이어서 그에게 또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대학원 다닐 때였습니다. 어느 날, 제 동기가 가지고 있는 사진을 우연히 보고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 친구가 제 사진을 몰래 빼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진은 저의 첫영성체 기념사진이었거든요. 그 친구가 제 첫영성체 기념사진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사진은 그 친구의 것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가 이 사진을 가지고 있을 이유도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사진 안에는 저의 얼굴이 분명히 있기도 하지만, 그 친구의 얼굴도 그 안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즉, 저에게 있어서 첫영성체 기념사진이지만, 그 친구에게도 첫영성체 기념사진이었던 것이지요.

사실 그 친구와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었네요.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요, 제가 냉담하고 있을 때 성당에 나갈 수 있도록 끌어주었지요. 그리고 함께 신학교를 들어가게 되었고, 둘 다 이렇게 신부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첫영성체도 함께 받은 것입니다.

이러한 인연을 보니 어떠한 만남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이 만남이 단 한 번의 일회적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저 사람을 언제 보겠어?’라고 생각하기 쉽고, 또 그렇게 단정을 짓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만남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첫영성체 받았을 때, 그 친구와 아주 안 좋은 사이였으면 어떠했을까요? 고등학교 때, 그 친구와 대판 싸워서 얼굴도 보지 않는 사이가 되었으면 제가 과연 지금처럼 신부가 되어 있을까요?

어떠한 만남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좋은 만남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좋은 만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상대방이 천사처럼 착한 마음으로 나에게만 잘하기를 원해야 할까요? 그것도 한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상대방이 변화되는 것을 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내가 바뀌는 것은 나의 강한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거든요. 따라서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써 다가가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은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오늘을 대천사 세례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는 날로만 기억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우리 역시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천사와 같은 모습이 되어야 함을 오늘 축일을 보내면서 다짐해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한 천사의 모습으로 살라고 우리를 세상에 파견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의 모습은 과연 천사의 모습인가요? 이기심과 욕심으로 천사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축일 맞이하시는 분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시다. 정병덕 라파엘 신부, 축하해~~~



꼭꼭 닫아두고 사는 세상(박종철)
직장동료 중 한 명이 얼마 전 가방을 잃어버렸다며 저에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책상 서랍 속에 가방을 넣어둔 채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돈만 꺼내간 게 아니라 가방을 통째로 가져가 버렸다고. 돈을 잃어버린 건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런 돈도 안되지만 가족 사진과 일기장 같은 자신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려 화가 난다는 말을 했습니다.

「돈만 가져가면 되지. 인정머리 없이 그런 것들을 가져가냐」고 말한 동료는 한 마디 덧붙이더군요.

책상에 커다란 자물쇠 하나를 채워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절대 물건을 잃어버릴 일이 없다고. 이제 잠시 어디를 나가도 그 자물쇠를 꼭꼭 채워둘 것이라고…….

글세, 뭐랄까요?

그 이야기를 들은 저는 그날 하루 종일 왠지 기분이 착잡했습니다.

사람보다 자물쇠가 더 믿음직스러운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엇이든 꼭꼭 닫아두고 살아야 안심이 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그것이 문이든, 사람의 마음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