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간 월요일>(2008. 12. 1. 월)
<멀미>
멀미라는 것은 몸에서 느끼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의 차이에서 생긴다고 합니다.
몸의 각 부분, 평형기관과 눈의 지각과 인식의 불균형이 멀미를 일으킨다는 것이지요.
병에 걸려서 누워 있을 때, 사업에 실패했을 때, 시험에 떨어졌을 때... 기타 등등...
어떤 고통과 절망 속에 있을 때 당사자가 느끼는 고통과
가족, 친구들이 느끼는 고통의 차이가 멀미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주변에서는 별것도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
그때 우리는 멀미를 일으키고, 그것이 심하면 마음의 상처가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위로한답시고 일부러 그렇게 말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위로가 아닙니다. 어떤 때엔 비웃고 놀리는 것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죽을병에 걸린 사람에게 죽을병이 아니라고 거짓말하는 것은 다른 경우입니다.)
어떤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로할 때, 첫번째로 주의해야 할 사항은...
그 고통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힘들겠구나...라고, 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아가서 그 고통에 공감하고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것,
그 사람과 내가 마음으로 하나 되는 것...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주는 것...
그 일체감이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됩니다.
12월 1일의 복음말씀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종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예수님께 청원합니다.
백인대장과 종... 조선시대로 말하면 고을 사또와 노비 정도의 관계라고나 할까...
그런데 종의 병을 고치기 위해 피지배 식민지 국가의 이름없는 선생에게 부탁을 한다.....
단순히 겸손이나 믿음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백인대장과 종의 일체감이 있습니다.
사랑이란... 일치되는 것입니다. 함께 느끼는 것입니다.
아파할 때 함께 아파하는 것은, 말로만 위로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고통이, 그 고통을 보고 있는 나를 진짜로 아프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랑입니다.
병자에게 문병 가서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고통만 더 안겨줄 수 있고... 어쩌면 면회사절 표시가 붙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떤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별것도 아닌 것으로 힘들어 하냐고,
약한 모습 보이지 말고 그냥 다 털어내고 잊어버리라고 말하는 것... 조심해야 합니다.
너보다 내가 더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은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 꼴입니다.
힘드니까 힘들어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공감하지 못하고... 멀미만 일으키고... 상처만 주게 됩니다.
정말로 아파본 적 없는 사람이 아픈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배가 고파본적 없는 사람이 배고픈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병에 걸릴 필요는 없고, 일부러 굶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 사람의 처지에서, 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몇십년을 같이 산 부부도 그 노력이 없으면 서로 멀미만 일으키고 상처를 줍니다.
대림절... 예수님의 마음과 내 마음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주변의 사람들, 가족, 친구, 이웃의 마음과 내 마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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